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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일상의경제학] 감성보다는 숫자를

입력 : 2018-06-21 21:19:38 수정 : 2018-06-21 21: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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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통계학 도입 경기판도 바꿔/ 숫자 이용한 사회분석 확대됐으면
야구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빌 제임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제임스는 야구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이며, 야구는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다고 여기던 시절 야구에 통계학을 도입해 메이저리그를 완전히 바꿔놓은 통계학자이다.

제임스 이전의 야구 프로팀은 공을 멀리 쳐내는 능력이 있고, 발이 빠른 선수를 보면 서로 데려오기 위해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 공을 멀리 치고 발이 빠르면 안타를 많이 치고 아웃을 당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하지만 제임스는 공을 잘 치고 발이 빠른 선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프로야구팀은 이러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잘 골라내는 선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어떻게 해서라도 아웃을 당하지 않고 1루로 나가는 것이 유일한 의무이다. 물론 안타를 쳐 1루로 나갈 수 있지만, 투수가 볼을 던질 때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볼넷으로 출루하더라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오히려 투수에게 더 많은 공을 던지게 하니 볼넷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당연한 일이지만 볼을 잘 골라내는 선수는 공을 멀리 쳐낼 필요도 없고, 달리기를 잘할 필요도 없다. 그냥 투수가 던지는 볼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1루까지 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제임스가 발견한 재미있는 사실은 많은 프로야구팀이 안타를 잘 쳐 1루에 나가는 선수에게는 높은 몸값을 지불하지만 볼을 잘 골라 1루로 나가는 선수는 인정하지 않고 낮은 연봉을 준다는 것이다. 당연히 제임스는 안타는 덜 치지만 볼넷을 많이 골라내는 선수를 싼값에 영입하는 팀이 돈을 적게 쓰면서도 점수를 많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러한 분석을 빨리 받아들여 선수를 선발한 팀이 한때 좋은 성적을 냈다. 물론 현재는 모든 야구 팀이 제임스의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렇게 현명한 제임스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야구 전문가에 대한 적대감이었다. 제임스는 자신의 의견을 담은 ‘야구개요’라는 책을 1977년에 출판했지만 야구 팀에서 제임스를 처음 고용한 것은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였다.

야구 선수로 뛰어 본 경험이 없는 제임스를 야구 팀들이 무시한 것도 있었고,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이 안타로 출루하는 것에 비해 관중에게 흥분을 안겨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도 명백한 숫자를 이용해 성적을 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제임스의 분석을 외면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제임스도 “선수들의 성적이 매일 명백한 숫자로 나타나는 야구에서도 이렇게 논리적 분석이 외면당하면 다른 분야는 어떻겠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숫자를 통한 분석이 적용 불가능한 경우도 존재하지만 숫자로 명백히 분석 가능한 경우에도 외면당하는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경제학자가 아닐까 싶다.

제임스의 숫자가 야구 산업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듯이 숫자를 이용한 분석 결과에 대한 믿음이 사회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경제학자들은 갖고 있다.

한순구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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