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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폐쇄… 화재참사… 꼬리문 악재 ‘몸살’

입력 : 2018-06-21 19:36:22 수정 : 2018-06-21 19: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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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지역 민심 ‘뒤숭숭’/협력사 직원들 실직에 상권 몰락/ 방화 사건까지 터져 시민들 ‘패닉’/ 근대문화유산 관광객 증가에 찬물/ 새만금 개발 기대감마저 사라져/“사건·사고의 도시로 전락” 한숨만
지난 17일 밤 외상 술값에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불을 질러 33명의 사상자를 낸 전북 군산의 유흥주점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화재 참사…. 인구 27만명 남짓의 항구도시 전북 군산이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간여행마을’ 등 근대문화유산이 산재한 구도심에 관광객이 몰리고 새만금 내부 개발이 탄력을 받으면서 잠시 부풀었던 기대감은 사라지고 탄식만 터져 나온다.

21일 장미동 화재 현장 주변에서 만난 임모(69)씨는 “생각지 못한 방화사건에 주민들이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술값 10만원 때문에 저지른 범행으로 애꿎은 손님들만 생명을 잃거나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모(37·여)씨는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 화재 참사로 올해 개항 119주년을 맞는 근대문화도시가 사건·사고의 도시로 전락하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인근 경암동 토박이 주민 강모(72)씨도 “요즘 군산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일들 때문인지 습관처럼 한숨이 나온다”며 “희망 섞인 소식은 하나도 없고 악재만 겹치니 이게 무슨 변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9시53분 외상 술값에 불만을 품은 이모(55)씨는 유흥주점에 들어가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주점에 있던 손님 3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5명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이번만이 아니다. 2000년 9월19일 대명동 윤락가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졌다. 1년 5개월 뒤인 2002년 1월29일에는 인근 개복동 윤락가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업주와 여종업원 등 15명이 참변을 당했다. 당시 화재 원인은 모두 누전이었지만, 피해 여성들은 업주가 설치한 쇠창살에 감금됐던 사실이 드러나 국민을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했다. 이 두 화재 참사는 훗날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도화선이 됐고, 군산 시민들은 오랫동안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 유흥주점 화재는 방화라는 점에서 앞서 발생한 사건들과 차이가 있다. 그러나 비상구가 비좁아 암흑 속에서 많은 손님이 신속히 밖으로 대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군산시는 방화사고 대응본부를 꾸려 유가족 장례 지원과 피해자 관리 등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송하진 전북지사도 19일 화재현장을 찾아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군산지역 시민단체들은 “대기업 공장의 잇따른 폐쇄로 사람이 떠나고 상권이 몰락하는 암울한 도시로 변했다”며 “설상가상으로 화재 참사까지 겹쳐 시민들이 집단 공황상태에 빠질 지경”이라고 탄식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는 2010년 3월 단일 독(도크)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10만t급 독과 165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갖추고 매년 많게는 16척의 대형 선박을 건조했으나, 지난해 7월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 4월에는 한국GM 군산공장이 22년 만에 전면 폐쇄돼 협력업체 직원 등 1만여명이 실직했다.

군산=글·사진 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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