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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정책 선례될 제주-예멘인 사태…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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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1 06:00:00 수정 : 2018-06-21 07: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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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靑 신중한 입장 고수…사회적 갈등 고조
지난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제주=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등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난민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묻자 “이번 예멘 난민 문제를 대하는 방향을 고려해 (청와대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 대한 대처가 앞으로 한국의 난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선례로 남을 수 있어 청와대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멘 난민은 왜 제주도로 왔을까

중동 국가 예멘은 제주도와 직선거리로 7900㎞ 이상 떨어져 있다. 둘 사이 문화적 접점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예멘 난민은 3년째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고국을 떠나 제주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쩌다 이 먼 곳까지 오게 된 걸까.
난민네트워크 및 난민인권센터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 앞에서 세계 난민의 날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난민 제도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인권단체들은 예멘 난민들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로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5년부터 예멘에서는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배후에 둔 정부군과 시아파 후티 반군이 격돌했고, 2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인근 중동국가로 피신하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국제인권기구가 말레이시아 정부를 설득해 90일간 일시 체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체류 만료 시한이 다가오자 이들은 제주도를 대안으로 찾았다. 제주는 2002년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사증(무비자) 제도’가 도입됐고 비자가 없이도 한 달 간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인의 난민 신청은 올해 급증했다. 2016년은 7명, 지난해까지만 해도 42명이었던 신청자는 올해 들어 5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작년 말에 제주도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이 있었는데, 그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주도가 난민에게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올해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1일부로 비자가 없는 예멘인들의 제주도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취직 등 지원하지만…제주, 난민 인정 사례 1건뿐

그렇다면 소문대로 제주도는 예멘 난민들에게 ‘살기 좋은 곳’일까.

체류 기간은 말레이시아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미 입국한 난민들은 무비자 체류 기간인 30일 동안 제주도에 자유롭게 머물 수 있고, 그 사이 난민 신청을 하면 난민법에 따라 향후 난민 지위 인정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는 체류에도 문제가 없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운데)와 김도균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오른쪽), 장한주 제주지방경찰청 외사과장이 지난 19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문제는 생활비이다. 원칙적으로 난민 신청 이후 6개월 동안은 취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난민들은 생계 곤란을 겪는다.

이에 제주도 출입국·외국인청은 일손이 부족한 도내 어업·양식업 고용주와 난민 지원자가 만날 수 있는 취업박람회를 두 차례 마련했고, 법무부는 예멘 난민에 대해 출입국관리법상 예외 규정을 적용해 ‘6개월 취직 금지’를 풀어주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 18일 “예멘인에 대한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시적으로 예멘인들의 숙소와 취업 문제를 지원하는 논의를 이제 막 시작했다.

예멘 난민들이 취직 이외에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생계비 지원 신청이다. 그러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현재 신청된 300여명의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생계비 지원이 결정되더라도 난민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월 43만원 정도로,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정한 1인 최저 생계비 61만7281원의 70% 수준이다. 현재 제주 예멘 난민들은 고국에서 마련해온 자금으로 각자 숙소를 구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비가 해결돼도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한국은 1994년 처음으로 난민 신청을 받은 이래 지난달 말까지 2만361명에 대한 심사를 마쳤다. 이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839명으로, 단 4.1%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제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는 중국인 선교사 단 한 건뿐이다. 이마저도 최근 법원 재판을 거쳐 어렵게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다.

◆정우성도 휘말린 난민 찬반 논란…靑 청원 빗발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뉴스1

김 대변인은 이날 제주 예멘 난민과 관련해 현재 정부가 △취업허가 예외 적용 △식료품 및 의료지원 △순찰 강화 등 세 가지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순찰 강화 조치와 관련해 ‘정부가 난민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자 “제주 지역 도민들을 중심으로 걱정과 우려가 나오고 있지 않으냐”라며 “실제로 예멘 난민들이 위험한지와 관계없이, (주민 우려를 생각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난민 사태는 이미 제주도민의 치안 우려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그동안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 비해 난민 유입이 많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적이 없었기에, 난민을 포용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난민 수용 찬반을 두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정우성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 정우성도 이날 논란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오늘 #난민과함께 해주세요”라며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의 입장문을 함께 게시했다. 입장문에는 “유엔난민기구는 최근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신청자들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어떤 예멘인도 강제송환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엔난민기구의 단호한 입장이다” 등 강경한 관점이 담겨 있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청와대도 조만간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는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 수용을 거부해달라는 청원에 동의한 인원이 3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로, 이날 기준 홈페이지 내 최다 추천 청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오는 8월13일 이전에 해당 사안과 관련해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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