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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지구의 미래]월드컵·제비 서식지 보호 ‘두 토끼’ 잡은 남아프리카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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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0 19:18:20 수정 : 2018-06-20 19: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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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손님 맞을 공항 확장공사/제비 월동지 갈대밭 사라질 위기/민·관 머리 맞대 공존 해법 찾아 ‘버드 스트라이크’(bird-strike)

항공기가 운행 중에 새와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항공기와 새가 부딪쳤을 때 치명상을 입는 쪽은 새이지만,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갈 경우 항공기 운행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2010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버드 스트라이크 문제로 제비 월동지가 사라질 뻔한 적이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남아공 정부는 포화 상태에 이른 더반 국제공항의 수요를 덜기 위해 더반에서 약 35㎞ 떨어진 라머시 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공항에서 2.6㎞ 떨어진 갈대밭이 변수로 떠올랐다. 유럽에서 제비들이 1만2000㎞를 날아와 월동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 갈대밭이 사라지면 유럽에서 날아오는 제비의 8%가 월동지를 잃고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남아공과 유럽 환경단체들이 공항 확장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기자가 지난 15일 강서구 등촌동에서 발견한 제비 가족.
국제 스포츠행사냐 동물 서식지 보전이냐를 놓고 첨예한 갈등으로 이어질 법한 사안이었지만, 남아공 정부와 환경단체, 학계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갈대밭에서 활주로 주변까지 날아오는 제비는 5%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비행기가 이착륙하지 않는 이른 오전에 움직이고 비행고도와 겹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 밝혀졌다. 비행기의 활공각도를 통상적인 수준(3도)에서 3.2∼3.5도로 바꾸면 제비와 충돌할가능성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그래도 혹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공항 측은 30만달러를 들여 미국에서 특수 레이더 장비를 들여왔다. 공항 주변을 상하좌우 3.7㎞에 걸쳐 스캔해 새들의 움직임을 관제시스템에 실시간 통보하는 장치다. 남아공의 사례는 월드컵과 서식지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로 평가된다.

윤지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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