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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주세요!" 듣는 순간 '긴장'하는 시대는 곧 끝난다

입력 : 2018-06-21 08:00:00 수정 : 2018-06-20 11: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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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직장인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음식점 거리. 식당 안에 들어선 직장인 이모(30)씨가 코를 자극한 청국장 냄새에 미간을 다소 찌푸렸다.

청국장을 아예 먹지 않는 건 아니지만, 옷에 냄새라도 배면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다른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외부에서는 거의 먹지 않았던 이씨라서 다른 곳을 찾아갈까 순간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이씨는 “청국장이 토종 음식이지만 강한 냄새 때문에 공개된 곳에서는 먹기가 조금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다른 분들이 드시는데 가서 주문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냄새가 비교적 덜 온다고 생각되는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고 밝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씨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세계일보 DB.


사전 등에 따르면 영양분이 많고 소화가 잘되는 식품으로 알려진 청국장은 배양균을 첨가하면 하루 만에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자연발효에 의한 청국장은 메주콩을 10∼20시간 더운 물에 불렸다가 물을 붓고 푹 끓여 말씬하게 익힌 다음 보온만으로 띄운다. 그릇에 짚을 몇 가닥씩 깔면서 담아 60℃까지 식힌 다음 따뜻한 곳에 놓고 담요나 이불을 씌워 보온하면 바실러스균이 번식하여 발효물질로 변한다.

장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씨 사연에서 보듯 강한 냄새 탓에 선뜻 공개된 자리에서 먹기는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김치찌개와 청국장 등을 파는 서울의 한 음식점의 사장 박모(52)씨는 “점심시간에 청국장을 시켜 드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기는 하다”며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드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연령대일수록 청국장을 종종 주문한다는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인데, 상대적으로 비중만 작을 뿐 젊은 연령대에서도 청국장을 주문한 손님이 있었던 걸로 기억은 한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냄새를 이유로 대중이 고개를 돌리는 사이 일본의 나또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발효식품 청국장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청국장의 명예를 회복하고 대중의 사랑을 얻기 위한 누군가의 부단한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형 글로벌 장 건강 프로젝트’를 지휘 중인 이계호 충남대 명예교수는 냄새나지 않는 청국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문가다.

우리나라의 청국장이 일본 나또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세계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케이푸드가 되도록 국가 예산이 투입된 과제다. 지난 2016년 7월1일 시작해 오는 2020년 12월31일까지 총 54개월에 걸쳐 연구가 진행되며, (재)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의 주관하에 한국분석기술연구소와 6개 대학 등이 참여 중인 총 사업비만 47억여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강한 냄새 탓에 혐오식품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청국장의 명예를 회복하며, 글로벌화에 목적을 둔다. 바이오제닉아민 등 유해물질을 최소화하며, 유익 물질 등을 최대화함으로써 청국장의 기능 및 다양성 등을 확보해 성별과 세대를 떠나 국가별 수요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형 글로벌 장 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이계호 충남대 명예교수. 세계일보 DB.


이 교수는 지난 19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청국장을 일본의 나또를 능가하는 대표적인 K-food(케이푸드) 제품으로 개발, 보급할 계획”이라며 “전통발효음식인 청국장을 과학화·표준화하고, 열과 산에 강한 ‘바실러스 아밀로리퀘파시엔스(Bacillus amyloliquefaciens)’라는 우리의 전통 균주로 발효시킨 ‘생청국장’ 제품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청국장의 효능은 익히 알려졌지만 발효공정 상의 문제로 여러 한계가 있었다. 혐오식품으로 인식될 정도의 강한 냄새와 함께 발효 과정에서 바이오제닉아민 등의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화 및 표준화에 성공해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는 일본 나또와 달리, 우리나라 청국장은 탁월한 효능이 있으면서도 과학화나 표준화에 실패해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어왔다.

연구팀은 △바실러스 아밀로리퀘파시엔스 SCGB1 균주 △바실러스 서틸리스 SCGB 574 균주 △바실러스 서틸리스 SCGB159 균주 △바실러스 서틸리스 SCGB180 균주 △바실러스 서틸리스 SCGB235 균주 △바실러스 서틸리스 SCGB320 균주 △바실러스 서틸리스 SCGB634 균주 △바실러스 아밀로리퀘파시엔스 SRCM 100730균주 △바실러스 아밀로리퀘파시엔스 SRCM 100731 균주 등 총 9개의 선별 균주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항균, 항산화 등의 기능을 한다.

이 교수는 “현대인들이 청국장을 쉽게 섭취하려면 과학적인 연구와 표준화 등으로 여러 제품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지속적인 연구와 제품 출시 등으로 국민 건강증진과 함께 글로벌 신기술 인증 등을 통해 발효식품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우리 식품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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