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
중앙당 해체를 골자로 한 ‘김성태 혁신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다. 한국당 4선의 한선교 의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오버’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선거 참패에 책임져야 할 김 권한대행이 오히려 원내정당화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을 비판한 셈이다. 김 권한대행을 포함한 당내 인사들 가운데 당을 이끌 구심점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대 반발 확산에 김 권한대행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중앙당 해체가 아니라 당 규모를 10분의 1 정도로 대대적으로 축소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빼곡한 핸드폰 메모 당 재건 및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이 스마트폰에 적힌 메모를 들여다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쇄신을 위해 필요한 인재풀이 바닥이 난 것도 심각하다. 당의 변화를 상징할 만한 ‘신선한’ 인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박관용·정의화 등 전직 국회의장, 남경필 경기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사와 같은 ‘올드보이’가 거론되는 형국이다. 노무현정부에 몸담았던 국민대 김병준 명예교수나 김세연 의원 정도만 식상하지 않다는 평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17일 서울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이 휴일을 맞아 텅 비어 적막해 보인다. |
현재의 한국당은 다르다. 당 진로를 어떻게 갈지를 두고 이념적 투쟁보다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만 노골화되고 있다. 이날도 한 비박계 초선의원 휴대전화 메모에 ‘친박·비박 싸움 격화’라고 적힌 사진이 퍼지면서 친박계가 반발하는 등 여전한 계파 갈등의 민낯만 연출됐다. 보수정당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이념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내 권력 장악을 통한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에만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문제가 시대정신 인식 결핍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축구에서 ‘기초체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듯이 한국당 역시 현재 시대정신을 따라잡지 못하니까 냉전주의 사고방식과 같은 잘못된 이념에 매몰되고 인재 충원도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리더도 안 나온다”며 “한국당은 지금까지 행적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시대인식이라는 ‘기초체력’부터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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