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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만 품에 안고 차별은 차버렸다

입력 : 2018-06-19 19:06:49 수정 : 2018-06-19 19: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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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포 폭발’ 벨기에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콩고 출신으로 뿌리깊은 인종차별 겪어/어릴적 식비 없어 우유에 물 타 먹기도/좌절 대신 분노 가슴에 품고 축구 스타로/조별리그 G조 1차전 파나마전 2골 작렬/호날두·케인 등과 월드컵 득점왕 경쟁 스포츠의 세계에서 어린 시절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한 유망주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그 선수가 가족과 주변환경의 세심한 보호를 받지 못할 경우 실패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벨기에의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뛰어난 재능으로 10대 후반부터 유럽축구계에서 엄청난 기대를 받던 선수다. 또래보다 훨씬 큰 체격과 덩치에 걸맞지 않은 빠른 스피드, 유연함으로 수많은 유럽 명문 구단들이 눈독을 들였다. 
벨기에 대표팀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가 19일 러시아 소치 파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월드컵 조별예선 G조 경기에서 골을 성공시킨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소치=신화연합뉴스

다만 가정환경이 불우했다. 콩고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족과 함께 벨기에로 이주했지만 늘 가난이 함께 따라다녔다.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식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우유에 물을 타 먹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삶 속에서 어린 소년은 가난에 좌절하는 대신 분노와 함께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슴에 차곡차곡 채워넣었다.

그는 웨스트브롬위치, 에버튼 등에서의 임대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세계 최고 축구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붙박이 스트라이커 자리까지 차지했다. 루카쿠는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등에서 도합 27골이나 넣어 세계정상급 공격수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런 루카쿠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득점포를 폭발시키고 있다. 벨기에 대표팀은 19일 러시아 소치 파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파나마에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드리스 메르텐스(31·나폴리)가 후반 2분 환상적인 논스톱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이어 루카쿠가 두 번째, 세 번째 골을 몰아넣었다. 두 번째 골은 후반 24분 케빈 더브라위너(27·맨체스터시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려준 볼을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헤딩골로 연결했다. 190㎝, 94㎏의 건장한 체격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세 번째 골은 후반 30분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에당 아자르(28·첼시)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달려나온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재치 있는 슈팅을 쐈고 공은 그대로 골망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루카쿠는 이 골로 압도적 체격조건뿐 아니라 빠른 스피드와 기술까지 갖춘 공격수임을 세계에 과시했다.
루카쿠는 이날 맨 오브 더 매치(MOM)로 선정된 뒤 “벨기에에는 내 실패를 바라는 사람이 참 많다. 그들에게 뭔가를 보여 줬다”고 가시 돋친 소감을 내놓았다. 루카쿠는 그동안 자신을 비난하는 언론에 맞서 여러 번 불평불만이 섞인 발언을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는 “벨기에 언론은 내가 좋은 경기를 하면 ‘벨기에의 공격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부진한 날 벨기에 언론에 나는 ‘콩고의 피가 흐르는 선수’로 바뀌어 있다”고 인종차별을 일삼는 자국 언론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평소 “나를 키운 건 분노”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루카쿠다운 반응들이다.

이날 멀티골을 기반으로 루카쿠는 월드컵 득점왕에도 도전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3골), 지에구 코스타(30·스페인·2골)뿐 아니라 19일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선제골과 결승골 등 멀티골을 성공시킨 해리 케인(25·잉글랜드) 등 경쟁자가 만만치 않지만 아자르, 더브라이너 등 뛰어난 팀 동료의 지원이 있어 해볼 만한 싸움이다. 스타가 된 뒤에도 분노와 성공의 의지를 고스란히 가슴 속에 담고 있는 루카쿠가 월드컵 득점왕에 등극해 또 한번의 성공신화를 완성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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