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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PD·가수·대학교수 등 성폭력 가해…문화예술계 특별조사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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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9 13:54:20 수정 : 2018-06-19 13:5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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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웹드라마·광고 감독은 배우지망생에게 출연 제의를 하며 모텔에 가자고 잡아 끌었다. 그는 ‘오늘 나랑 저 모텔에 들어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형사고소됐다. 현재까지 이 감독에게 당한 피해자만 10여명에 달한다.

#2. 한 유명 가수는 모 작사가를 여러 차례 성추행·성폭행했다. 피해자는 이 때문에 4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오히려 합의금과 음반제작을 조건으로 회유했다.
미투 운동으로 출범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에 들어온 피해사례 36건 중 일부다. 특별조사단이 지난 100일간의 조사 활동을 마무리하고 19일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이같은 문화예술계 성범죄를 막으려면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설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운영 결과 보고에 따르면 특별조사단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175건 피해사례 중 피해자들이 조사를 요청해 특별조사단으로 인계된 30건, 특별조사단으로 직접 접수된 6건 등 총 36건을 조사했다.

피해 사례는 다양했다. 모 대학의 교수 2명은 다수의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모두 22명임에도 학교 측이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해 2차 피해가 발생했다. 한 대학교수는 피해자에게 기습적으로 키스하고, 소문이 퍼지자 오히려 상대 여성을 정신이상으로 몰고 갔다. 인권위는 이를 수사 의뢰한 상태다. 한 영화배급사 최대주주는 직원을 상습 성추행했다. 유명 PD는 신인 배우에게 성폭력을 저질렀으나 진정·피진정인이 조사과정에서 합의함에 따라 진정이 취하됐다. 한 문화재단의 대표이사는 대부분 계약직인 여직원들을 상대로 볼에 입을 맞추거나 팔뚝을 주무르는 등 상습 성추행해 형사 고소됐다.

한 남성무용수는 평소 스트레칭 자세를 취하는 여성무용수들의 가슴과 벌린 다리, 엉덩위 부위 등을 몰래 촬영했다. 또 여성무용수·지인·일반인 여성의 얼굴 사진을 캡처해 정액을 싸는 ‘움짤’을 만들어 즐겼다. 한 대학교수는 대학원생인 피해자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워 성추행하고 같이 자자는 요구를 거부하자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너는 졸업이 불가능하며 음악활동에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다른 대학교수는 회식자리에서 피해 여성이 화장실에 가는 길에 따라가 성폭행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음악계에서 피신고인의 영향력 때문에 신고하지 못한 채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연예인 등을 지도하는 유명 요가강사는 오랜 기간 여러 여성을 성폭행한 후 돈으로 입막음했다.

한 미술활동단체의 대표와 구성원들은 피해 여성에게 ‘내가 요즘 피부과 약을 먹느라 성기가 서지 않는다. 네가 해주면 설 거 같다’ ‘네 선배 xx 알지? 걔는 우리한테 골고루 줬잖아. 너도 우리한테 골고루 줘야 하지 않을까? 걔는 나하고도 하고 쟤하고도 하고 골고루 다 했어’라고 성희롱했다. 다른 여성 작가에게도 ‘쟤가 오래 굶주렸는데 좀 대주면 안 되겠니"라며 집단적으로 성희롱했다. xx문예 심사위원은 공모에 작품을 낸 지망생을 최종심에 앞서 사무실로 불러 문을 잠그고 ‘이전 당선자도 나를 잘 따르던 사람을 당선시킨 것이다. 나를 잘 따르면 당선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성추행했다.

가해자의 직업은 이 외에도 합창단 지휘자, 피아니스트, 미술협회 회장, 출판사 회장, 작가, 유명 감독, 유명 시인, 음악계 실기강사 등 다양했다.

특별조사단은 접수된 36건 중 인권위 진정사건으로 접수한 5건은 구제조치 권고 2건, 조정 1건, 조사 중 해결 1건으로 조사를 마쳤으며 나머지 1건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 외 31건은 수사 등 권리구제 절차를 진행(11건) 중이며, 시효가 완성된 사건(9건)과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거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사건(11건)에 해당해 피해자 인터뷰와 기초조사를 통해 종결했다.
1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조단 운영결과 발표에서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특별조사단 운영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특별조사단은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범죄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를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 문체부 내에 전담 부서를 신설할 계획이다. 특별조사단은 또 △성범죄 사각지대 해소를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법률 제정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적지원 배제를 위한 법령 정비 △성희롱 예방조치가 포함된 표준계약서 마련 및 보조금 지원시 의무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특별조사단은 문화예술계 종사자, 관련 공공기관 종사자, 문화예술 대학원생 4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성 응답자(2478명)의 57.7%(1429명)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문화예술계 종사자 전체 응답자(3718명)의 70.6%(2624명)가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별조사단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폭로된 문화예술계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3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주도로 출범해 100일간 활동한 뒤 이날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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