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는 역시 뜨거웠다. ‘붉은 악마’를 뜻하는 빨간 티셔츠를 챙겨입은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열린 거리응원전에 참여해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함께 즐겼다.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승패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햇빛을 막아줄 커다란 우산을 챙겨나온 이모(45)씨 일행도 “집에서 보는 것보다 젊은 사람들이랑 어울려 보는 게 재미있다”며 “좋은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죽음의 조’로 불릴 만큼 강한 상대를 만난 탓에 월드컵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시큰둥해졌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거리 응원의 열기 만큼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와!’ 오후 9시쯤 경기가 시작되자 설렘과 기대를 담은 뜨거운 환호가 한동안 이어졌다. 시민들은 우리 대표팀이 공을 잡을 때마다 ‘대∼한민국’ 구호를 주거니 받거니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조현우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엔 함성이 터져나왔고, 우리 선수가 넘어지거나 상대에게 공을 빼앗겼을 땐 안타까움의 장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이날 거리응원이 뜨거웠던 데에는 남은 경기 일정도 한몫했다. 멕시코전(24일 0시)과 독일전(27일 오후 11시) 모두 심야시간에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벽시간 교통여건이나 다음 날이 평일이란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마지막 거리 응원’으로 보고 나왔다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김모(24·여)씨는 “생애 첫 거리응원을 위해 연차를 썼다”며 “회사 출근 때문에 멕시코전과 독일전 거리응원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돼…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대 스웨덴 경기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이 스웨덴의 선제골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년 넘게 축구심판을 하고 있다는 이모(50)씨는 “남은 경기 모두 거리응원에 나와 한국의 필승을 염원하겠다”고 다짐했다. 9살 딸과 함께한 조모(45)씨도 “붉게 물든 거리를 보니 아내와 함께 즐겼던 2002년 월드컵이 떠오른다”며 “그때의 감동을 딸에게도 전해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창수·김청윤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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