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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 어설픈 합의에… 날아간 ‘미세먼지 보고서’

입력 : 2018-06-18 22:02:53 수정 : 2018-06-18 23: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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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3국 장관 회담서 공개 합의 / 中 합의문 ‘기대한다’ 단어 트집 / 사실상 공개 거부… 출판 무산 위기 ‘보고서를 성공적으로 출판할 것을 기대한다.’

이 문장은 보고서를 반드시 펴낸다는 뜻일까, 기대는 해도 좋지만 출판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뜻일까.

동북아시아의 미세먼지 이동을 과학적으로 밝혀줄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LTP) 보고서’ 공개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제19차 한중일 3국 환경장관회의(TEMM19) 합의문에 적힌 ‘기대한다(expect)’는 단어를 ‘(보고서 출판을) 동의한다’(agree)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벌어진 어이없는 결과다.

18일 환경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맘때쯤 발간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LTP보고서 공개가 어렵게 됐다. 이 관계자는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과학자들 간에는 보고서에 담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중국 당국이 부담스러워해 공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중국 당국의 입장이 완강하지만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LTP보고서는 2013년부터 동북아에서 국경을 건너는 대기오염물질의 이동경로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흔히 말하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련된 과학적인 정보도 담겨 있다.

지금까지 미세먼지 이동과 관련돼 공개된 연구는 국내 기관이 자체적으로 수행했거나 민간(학계)에서 진행한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LTP보고서는 한·중·일 정부에서 주관하고, 3국 과학자들이 합의한 내용이 담겨 그 의미가 남다르다.

향후 미세먼지 이슈가 국가 배상 책임을 논하는 수준까지 진전될 경우 이 보고서가 결정적인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그만큼 민감도가 높아 그동안 연구 결과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환경부는 지난해 제19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가 끝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LTP 보고서 공개 합의를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함정이 숨어있었다. 합의문에는 ‘3국 장관은 LTP 요약 보고서를 성공적으로 출판하고 연구 결과를 내년 TEMM 국장급회의에서 공유할 것을 기대하였다’(ministers expected that LTP will successfully publish the report···)라고 적혀 있다.

중국은 ‘기대한다’(expect)라는 단어를 두고 “기대한다는 것은 (공개에) 동의한다는 것과는 다른 말”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어 하나에 우리 정부가 ‘낚인’ 셈이다.

당시 문구작성에 참여한 환경부 관계자는 “기대한다는 단어를 두고 3국 사이에 이견은 없었으며, 이게 다른 식으로 해석될지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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