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장사정포 화력시범 남북 군사당국이 향후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 배치된 북한군의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군축(軍縮)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3월 보도한 북한군 장사정포 화력시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과거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이 등장했던 이유다. 서울 도심에 북한군 포탄이 비처럼 떨어지면 시민들 사이에 공포가 번지고, 도시 기능은 마비된다. 유류 저장고나 가스관 폭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우리 군의 전쟁수행능력에도 충격이 있을 수 있다.
북한군 장사정포 화력시범 남북 군사당국이 향후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 배치된 북한군의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군축(軍縮)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3월 보도한 북한군 장사정포 화력시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하지만 북한군 장사정포 후방 철수가 단기간 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북한군이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선제적 긴장완화 조치를 취할 정도로 아직까지는 남북 간 군사적 신뢰도가 높지 않아서다.
우리 군이 장사정포 후방 철수를 북한에 제안하면 북한군이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명시한 4·27 판문점선언을 근거로 MDL 일대 한·미 연합군 포병전력의 재배치를 요구할 수 있다. MDL 인근에 집결된 대규모 화력을 동시에 물려야 한다는 북한의 상호주의 원칙은 한·미 군으로선 부담이다. 도시화 진전으로 서부전선 일대에서 마땅한 이전 공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북체육회담 개최 18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체육회담에 앞서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오른쪽)과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을 비롯한 남북 관계자들이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북한군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군은 최대 사거리가 120㎞로 추정되는 300㎜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도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MLRS)과 M270 다연장로켓(MLRS) 등을 운용 중이다. 남북 간 합의로 MDL에서 30~40㎞ 후방으로 전력을 물린다 해도 양측이 전략적 목표물을 타격할 실질적인 위협 수단은 그대로 있는 셈이다. 이들 무기까지 MDL 후방 철수 대상에 포함된다면 서부전선 일대에서 사실상의 군비통제 및 군비축소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는 그야말로 ‘쇼’에 그칠 수 있다. 이 문제는 소장급 장성이 수석대표인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앞으로 수차례 군사회담을 거쳐 남북 간 신뢰가 쌓인 뒤 국방장관 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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