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당 조직 슬림화" VS 당내 "덩치 커서 패했나"

의총서 한국당 수습 논의 예정… 김성태 체제 분수령 /金 “비대위에는 관여 않겠다” 선 그어 / 일각 “원내대표가 제시한 것 자체 잘못 / 누가 봐도 뻔한 행동”… 꼼수 비판 일어 / “중진 의원들에게 사전동의 구했어야” / 의총서 수용 땐 金 주도 당 재건 모색 / 거부되면 정치적 타격… 사퇴 불가피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왼쪽)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중앙당 해체와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당 수습안을 발표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당 수습 방안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깜짝 제시한 쇄신안을 놓고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서다. 조만간 개최될 예정인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쇄신안’이 거부될 경우 김 권한대행은 조기 퇴진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성태 권한대행이 내놓은 한국당 쇄신안의 핵심은 원내정당 강화에 있다. 집권당 시절 방대한 조직 구조를 걷어내고 원내 중심, 정책 중심의 슬림화한 정당으로 거듭 나겠다는 게 김 권한대행의 구상이다. 김 권한대행은 회견에서 “중앙당 조직을 원내중심으로 집중하고 그 외 조직과 기능을 필수적으로 설립해 간결한 의사결정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당 해체를 위한 1차 작업으로 중앙당사의 공간 최소화와 전국에 산재한 당 자산 처분을 통한 재정 운용 효율화를 내걸었다.
김 권한대행은 또 외부인사 위주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조기 출범을 위한 밑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 전원 동의와 당의 공식절차를 밟아 (비대위를) 꾸리겠다”며 “‘외과 수술’뿐 아니라 ‘내과 수술’, ‘정신과 치료’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전권을 쥔 비대위원장을 모시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 핵심권한이 인적청산이 될 것이라며 자신은 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 권한대행이 자신의 ‘권한’을 늘리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그가 오히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신상진 의원(4선)은 통화에서 “중앙당 해체 후 대안도, 현실성도 없다”며 “(김 권한대행의 쇄신안은) ‘정치적 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을 예방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권한대행이 당내 의견 수렴 없이 독단적으로 수습책을 내놓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심재철 의원(5선)도 “우리 당이 원내정당이 아니고 덩치가 커서 패배했다는 것인가”며 “반성을 제대로 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최소한 중진급 의원들에게 사전 동의라도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현재 당 원내대표가 ‘원내정당 강화’를 수습책으로 제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신 의원은 “지방선거 패배 책임자 중 한 명인 김 대행은 비대위 구성까지만 책임진 뒤 사퇴하는 게 맞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권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권한대행이 원내대표가 아닌 상황에서 이런 수습안을 내놓았으면 누가 뭐라고 했겠느냐”며 “누가 봐도 뻔한 행동을 하니 지지를 받긴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주중으로 예정된 의총이 당내 갈등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쇄신안’이 의총에서 거절될 경우 사퇴 압박을 받아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쇄신안이 수용되면 당분간 한국당은 김 권한대행 주도로 당 재건을 모색하게 된다.

이도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