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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값 때문에 어이없는 방화… 시민의식이 희생 줄였다

입력 : 2018-06-18 19:26:00 수정 : 2018-06-18 23: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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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유흥주점 화재… 3명 사망·30명 부상/“외상값 10만원인데 두배 덤터기” / 50대 남성 입구에 불 지르고 도주 / 지인 집에 숨어있다 경찰에 붙잡혀 / 스프링클러 없어 현장 ‘아비규환’ / 비상구 카센터 연결돼 구조 애먹어 / 화재 목격 버스기사가 부상자
전북 경찰이 18일 군산시 장미동 유흥주점 방화사건 현장에서 감식을 벌이고 있다. 군산=김동욱 기자
“업소 옆으로 달려가 비상구를 열어 보니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연기에 질식한 손님들이 쓰러져 있었죠. 주민 10여명이 함께 달려들어 밖으로 끄집어냈습니다.”

지난 17일 33명의 사상자를 낸 전북 군산 주점 방화사건 목격자들은 “시민의식이 희생을 줄였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경찰과 소방관뿐 아니라 시민들이 연기에 질식한 사람들을 구조하고 시내버스로 병원으로 이송했다.

군산시 개야도에 사는 방화 용의자 이모(55)씨가 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을 주점 입구에 뿌리고 불을 지른 시간은 17일 오후 9시53분이었다. 주점에는 계화도 섬마을 주민과 일반 손님들, 업소 관계자 등 33명이 있었다.
현장 감식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관, 전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감식반원들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 주점 방화사건 화재 현장을 살피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불은 합성 소재로 된 테이블과 소파 등으로 순식간에 옮겨붙었고 검은 연기와 함께 유독가스가 실내에 가득 찼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길에 휩싸인 손님들은 “불이야”라고 고함치며 일제히 비상구 유도등을 따라 달려갔다. 그러나 출입구 반대편 무대 옆에 쪽문으로 나 있는 비상구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신속한 탈출이 어려운 데다 탁자와 소파 등에 걸려 넘어져 비명을 지르는 등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출입구 쪽 주방 옆에도 비상구가 있었지만 불길 때문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현장으로 도착할 시간, 메케한 연기를 맡은 손님들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주점 밖으로 뛰쳐나왔다. 일부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호흡 곤란으로 바닥에 주저앉거나 꼬꾸라졌다.

지난 17일 방화사건이 발생해 손님 33명의 사상자를 낸 전북 군산시 장미동 유흥주점 일대에 대한 출입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군산=김동욱 기자
화재를 처음 목격하고 비상구를 열어 구조에 나선 임기영(69)씨는 “의식을 되찾은 사람들을 지나가는 버스와 출동한 경찰 순찰차로 먼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일부는 의식이 없었다”고 전했다. 주점 비상구는 카센터와 연결돼 있었지만, 리프트와 공구대 등 정비 장비가 설치돼 구조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현장을 지나던 버스 기사가 환자 이송을 자처했고 주변 시민들이 환자들을 부축해 버스에 태웠다”고 말했다.

긴급 체포된 방화범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모(55)씨가 18일 새벽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군산경찰서를 나가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이날 불로 손님 김모(57)씨 등 3명이 숨지고 업소 주인 송모(55)씨 등 30명이 부상했다. 부상자들은 군산의료원과 전북대병원, 조선대병원 등지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상자들이 다수여서 사망자가 늘 가능성이 있다.

불이 난 소규모 주점은 1층 단층 건물로 소방법이 규정하는 스프링클러 등 의무설치 대상(5000㎡)에 해당하지 않는다. 주점 내부 소방설비는 소화기 3대와 비상 유도등이 전부였다.

지난 17일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방화 당시 내부 손님들의 유일한 탈출구가 됐던 뒷측면 비상구를 119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군산=김동욱 기자
불은 주점 내부 80㎡와 집기류 등을 모두 태워 55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씨는 범행 직후 배와 손 등에 화상을 입은 채 달아나 500가량 떨어진 군산시 중동 선배 집에 숨어있다가 다음 날 오전 1시30분쯤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외상 술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원이라고 덤터기를 씌워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미혼인 이씨는 15년여 전 뇌수술을 받은 이후 술을 마시면 술주정을 부려 주변 사람들과 종종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군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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