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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준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장밋빛 아니라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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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9 00:19:15 수정 : 2018-06-19 0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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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증가보다 투자 위축 우려 / 내달 새 제도 시행하기 전에 / 기업 투자환경 정비 서둘러야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은 ‘통계적 환상’에 다름 아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은 어제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다음달부터 주 노동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면 1만5000개 일자리가,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되면 13만2000개 일자리가 생긴다는 전망을 내놨다. 주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하면 일자리는 최대 17만1000개까지 는다고 한다. 마치 일자리 늘리기 ‘통계의 마술’을 보는 듯하다.

노동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장시간 근로 관행이 만연한 제조업 부문에서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만큼 신규 채용한다면 2021년 7월부터 일자리가 7만7000개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단서를 달긴 했지만 ‘탁상 분석’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제조업 가동률은 대내외 환경 악화로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산업 전반에서 역주행이 심각하다. 4월 수출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을 뺐더니 1년 전보다 7.0% 급감했다. 제조업 위기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조업 취업자 역시 지난달에 7만9000명이나 감소했다. 이런 마당에 근로시간이 준다고 일자리가 늘겠는가.

노동연구원의 분석은 산업현장의 분위기와 정반대다. 기업들은 생산성이 줄고 비용만 늘 것이라고 아우성이다. 노조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를 보전해 달라며 총력 투쟁에 나설 태세다. 지방의 노선버스 기사들은 수입과 퇴직금이 줄어들자 줄사표를 내기 시작했다.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부작용과 혼란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11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절반이 넘는 62개사가 이익 감소 등 경영 악화를 우려했다고 한다. 일자리는 근로시간을 나눈다고 무조건 느는 게 아니다. 기업은 수익이 악화하면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이다. 높은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자동설비를 확충하면 도리어 고용이 주는 역효과마저 우려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이란 긍정 효과를 가져오게 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새 제도의 시행 이전에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완비하고, 탄력근로제 도입 등 보완 대책에 나서야 한다. 기업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규제 개혁, 노동유연성 제고 등 기업 환경 정비도 필수다. 아무 준비 없이 맞는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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