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동맹은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 직후 “주한미군은 지금 논의에서 빠져 있지만 미래 협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가 언제든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제 사설에서 “주한미군 존재가 ‘장기판 말’과 같은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주한미군은 북한뿐 아니라 동아시아 안전을 위해 주둔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주변국에 사실상 포위된 처지나 다름없다.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고는 있지만 핵을 완전히 폐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핵 외에도 엄청난 생화학무기를 갖고 있고, 북한 내 핵·미사일 관련 시설만 3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5000만 국민의 생명이 대량파괴무기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패권 노선을 노골화한 중·일의 위험은 북한 못지않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사드를 두고 벌어지는 안하무인 태도에서 ‘위험한 중국’은 거듭 확인된다. 군사 대국화에 나선 일본은 우리의 정례적인 독도 방어훈련에까지 시비를 건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린 부소장의 조언대로 미 국방부와 의회, 싱크탱크 등과 협력해 한·미동맹 강화에 주력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물론이고 미국 조야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는 친한파의 산실이던 한미연구소 지원 예산까지 끊었다.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해 우리의 군사력은 키우지 않으면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만 닦달한다. 외교와 국방이 동시에 흔들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연 무엇으로 국가안보를 지킬지 다들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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