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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 유러피언 드림과 코리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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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9 00:18:19 수정 : 2018-06-19 00: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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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승자·패자 가름보다 비전이 중요 / 조화로운 정치로 새 미래 꿈꿀 수 있길
“포괄성, 다양성, 삶의 질, 지속가능성, 심오한 놀이, 보편적 인권, 자연의 권리, 평화에 중점을 두는 유러피언 드림에 점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2004년 제러미 리프킨은 ‘유러피언 드림’에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유럽인의 새로운 비전 추구 과정을 폭넓게 주목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퇴색과 유러피언 드림의 보편화를 논의한다.

부를 축적하는 것보다 개인적 변혁을 더 중시하고, 정신의 고양을 더 지향하며, 물질적 영토보다 인간적 공감대의 확장을 추구하려는 경향에서 이상적인 미래의 방향을 예감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아메리칸 드림이 경제 성장, 개인의 부, 독립을 중시했다면 이제 새로운 꿈의 방향은 지속가능한 개발, 삶의 질, 상호의존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추구된다. 노동윤리를 중시했던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유러피언 드림은 여가와 심오한 놀이를 즐긴다. 재산권보다 보편적 인권 및 자연의 권리를 강조하고 일방적 무력행사를 억제하고 다원적 협력을 모색한다.

흥미로운 대목이 많지만 두 가지만 주목해 보자. 우선 네트워크 효과다.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사람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자본이면 무엇이든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이지 사회의 이익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탐구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아니 필연적으로 사회에 가장 이익이 되는 활용 방법을 선호하게 된다.”(‘국부론’)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심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로 스미스의 설득력은 상당히 보충될 것 같다. “서로 긴밀하게 융합된 관계는 네트워크 각 구성원의 관리비용을 줄이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만들며, 조직의 적응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그 혜택은 네트워크 구성원 자체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전체에 이익이 된다.” 이러한 브라이언 우지의 논거를 원용하면서 리프킨은 분산 속의 제휴와 연대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강조한다.

둘째로 다양성 속의 조화. 유러피언 드림은 ‘중심이 없는 정부’를 지향한다. 더 이상 중앙에서 지시되지 않는 정부 형태는 첨단 네트워크 사회의 반영물이다. 새로운 통신기술로 세계가 서로 연결돼 상호의존성이 크게 높아져 형성된 인적 교류와 상호작용의 양과 흐름을 과거의 통치체제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강압적이 아닌 포용적인, 지휘보다는 조정이 다중심 통치에 요구되는 덕목이고, 지시하는 사령관보다는 중재자의 역할이 선호된다.

거대 담론에 근거해 큰 힘을 행사하는 권력자가 아니라 명분이 경합하거나 분쟁이 일어났을 때 순간적인 조정자, 혹은 “서로 다른 계층의 시각과 목표를 반영하는 수많은 작은 담론”과 “서로 다른 행위자 사이의 공통점을 찾고,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로 움직일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중재자가 유러피언 드림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리프킨이 예단했던 유러피언 드림은 아직 모색 중이다. 그 일부는 이미 어긋나기도 했지만 그 비전은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북·미대화와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유러피언 드림을 떠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의 승자와 패자의 가름보다 미래로 열린 비전이 중요하다는 것, 역동적 네트워크 효과와 함께 다양성 속의 조화를 추구하는 각 단계별·영역별 정치가 새로운 코리언 드림을 꿈꾸게 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 말이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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