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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인생 31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띄운 '전원합의체'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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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8 14:57:44 수정 : 2018-06-18 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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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1년간 재판만 해온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지난해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언론에 밝힌 각오다.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맡는 등 ‘외도’를 일절 하지 않고 오직 일선 법원에서 재판만 해왔다는 드높은 자부심이 배어 있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법부에서 대법원장이 재판에 관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행법상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사건 재판장을 맡는 것을 제외하면 직접 재판을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

이런 점에서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한 것은 무척 눈길을 끄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장도 직접 재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대법원은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와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가 심리 중인 병역법 위반사건을 김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 있는 전원합의체에 회부, 오는 8월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실추한 사법부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건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현역병 입영과 예비군 훈련 소집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이다. 대법원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전원합의체를 열고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는 병역법 위반이므로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14년 만에 다시 본격적으로 심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한 전국 1·2심 법원의 무죄 선고가 폭증하면서 ‘대법원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 소부가 거의 모든 사건을 맡아 처리한다. 소부는 ‘만장일치’가 원칙이다. 대법관 4명 중 한 명이라도 의견을 달리해야 비로소 대법관 전부가 구성원인 전원합의체에 넘겨진다.

◆치열한 토론 후 다수결… "민주주의 원칙 부합"

전원합의체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 대신 ‘다수결’이 원칙이다.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한 뒤 다수결로 판결을 선고한다. 대법관들 간의 치열한 토론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 부합한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행정처 차장 및 실국장 등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거친 법관들이 득세하다 보니 “토론이 사라지고 보수 일색의 목소리가 지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전원합의체가 다루는 사건은 1년에 20건이 채 안 될 정도로 극소수였다. 양 전 대법원장 임기 6년간 전원합의체 판결은 총 116건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전원합의체 활성화 방침에 따라 사건이 조금 늘어난 결과다. 직전인 이 전 대법원장 시절엔 96건이었고 최종영 전 대법원장 시절엔 62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1년에 10∼16건 정도만 대법원장이 직접 판결에 참여한 셈이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이 아무리 전원합의체를 활성화하려 해도 대법원의 심각한 사건적체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대법관 한 명이 처리한 사건은 3만3176건으로 하루에 거의 100건 가까운 판결문을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대법관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구조에선 치열한 토론이 힘들다.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이른바 ‘상고법원’을 도입해 대법관들의 살인적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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