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고문은 천안함 폭침을 조작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빼닮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4월 “천안함 침몰은 친미·보수 정권이 조작한 특대형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평양을 방문한 한국 기자단에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조롱했다. 대한민국의 공식 입장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다. 2개월에 걸친 국제합동조사단의 과학적 결론 역시 2010년 3월26일 백령도 인근 영해상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그런 사안을 놓고 헌법기관이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 주장을 기관지에 싣는 게 우리의 안보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가유공자의 진정한 예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평통 기관지의 글을 접한 유공자들은 자부심을 갖기는커녕 심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국가 안보에 헌신하다 수장된 천안함 46용사와 그 유족들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윤 교수의 글을 보도한 뉴스에는 “6·25 때 목숨 바친 선열들이 울겠다”, “전쟁 나면 누가 목숨 바쳐 지키겠나”라는 항의성 댓글이 많았다. 대다수 국민의 심정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안보는 지금 매우 위중한 순간을 맞고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렸지만 우리의 안보환경은 오히려 불투명해졌다. 무엇보다 우리의 최대 위협 요인인 북핵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조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판국에 미국이 선제조치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북한에 약속함으로써 한·미동맹 균열마저 우려되는 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12 북·미 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과 통화할 수 있는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고 한다. 새해 벽두에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단추가 핫라인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있으나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안보에서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의 적이다. 국가안보는 국민이 나라를 지킬 자세가 완비될 때 비로소 보장된다. 우리 내부에서 안보의 둑이 무너지면 나라의 재앙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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