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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우리도 만들 수 있는데”, 핵잠수함 개발 착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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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7 09:20:49 수정 : 2018-06-17 15: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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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핵추진잠수함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핵추진잠수함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발언은 문재인정부의 자주국방 기조를 대표하는 언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해군 오하이오급 전략원잠 헨리 잭슨함이 워싱턴주 푸젯 사운드 해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핵추진잠수함 개발 문제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대한 이야기가 군 안팎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국회 국정감사와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거론됐다. 해군은 핵추진잠수함의 군사적 효과와 개발 가능 여부를 따져보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올해초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와 북미정상회담에 묻혀 연구용역결과는 발표되지 못했다. 중국, 일본, 러시아의 해군력에 맞설 ‘히든카드’지만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발사에 따른 대응책으로 핵추진잠수함이 거론된 상황에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말도 못꺼내는 실정”(군 관계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10~20년 뒤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비해 강력한 전략무기인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금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제기된다.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미네소타함 승조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보며 의논을 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무한대 잠항능력 갖춘 심해의 저승사자

핵추진잠수함은 원자로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력을 쓰는 잠수함은 공격원잠(SSN)으로 불리며, SLBM을 탑재하면 전략원잠(SSBN)이 된다. 공격원잠이란 무한대나 다름없는 수준의 잠항능력과 빠른 속도를 이용해 적 함정을 공격하고 아군 함대를 원거리에서 호위한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지상공격을 감행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전략원잠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만 보유하고 있다. 핵전쟁 발발 시 적의 선제 핵공격을 피해 제2격(Second strike)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무제한의 잠항능력을 갖고 있어 보급품과 승조원들의 체력만 뒷받침되면 장기간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디젤 잠수함보다 더 많은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수중에서 더 빠른 속도를 낸다.

강대국들은 일찍부터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열을 올렸다. 미국이 1954년 건조한 노틸러스함은 세계 최초의 핵추진잠수함으로 두 번의 연료 재보급으로 30만㎞를 항해해 디젤 잠수함의 결점을 일거에 극복, 잠수함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일신했다. 노틸러스함을 통해 핵추진잠수함의 가치를 확인한 미국은 1955~1970년 건조한 잠수함 105척 중 102척을 핵추진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에 자극받은 영국, 프랑스, 중국도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뛰어들었다. 영국은 1982년 포클랜드 분쟁에서 공격원잠 콩쿼러함이 아르헨티나 해군 순양함 제네랄 벨그라노함에 어뢰를 발사, 격침시켰다.

현재 미국은 핵추진 잠수함 73척을 보유해 전 세계 해상에 투입하고 있으며, 중국은 핵추진 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을 포함해 65척, 러시아는 64척, 일본은 디젤 잠수함 18척을 갖고 있다.

2014년 11월 27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3000t급 잠수함 건조를 위한 강재절단식이 열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한국, 핵잠수함 보유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우리나라는 2014년 11월 27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3000t급 잠수함인 장보고-III(Batch-I) 건조 강재절단식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신형 잠수함 확보에 본격 착수했다.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 건조되는 장보고-III는 고성능 연료전지를 이용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적용해 수중에서 최대 3주 이상 항해할 수 있다. 선체 중앙에 6기의 수직발사관을 탑재해 지상공격능력도 갖췄다. 하지만 중국, 일본, 러시아의 막강한 해군력을 상대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핵추진잠수함을 개발, 건조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개발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3000t급 잠수함을 이제야 건조하는 상황에서 최소 5000t이 넘는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미약한 잠수함 산업 인프라 실태로 볼 때, 말 그대로 무한도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자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담수화 및 중소도시 발전용으로 개발한 소형 원자로 ‘SMART-P’가 있지만 비좁은 잠수함 내부에 장착하려면 원자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수중에서 잠수함의 균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며 원자로를 구성하는 핵심 장비들을 원자로 안에 컴팩트하게 자리잡게 하는 기술은 또다른 차원의 난제다. 원자로에서 만든 동력을 잠수함에 전달하는 체계 등도 리스크를 높인다. 이를 극복하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해 실전배치하려면 20년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핵연료 확보도 문제다. 최신 핵추진잠수함에 쓰이는 핵연료는 우라늄농축율이 90%에 달한다. 이는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로스앤젤레스급을 비롯한 냉전 시절 핵추진잠수함도 농축율은 40%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문제에 있어 약간의 태도 변화를 보일 조짐은 있지만 핵 비확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핵연료를 한국에 공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군 소식통은 “영국도 핵연료나 기술 제공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며 핵연료 확보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미국과의 관계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에릭 프렌치 미국 시러큐스대 박사는 8일 개최된 제18회 해군 함상토론회에 앞서 7일 배포된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를 위한 도전과 과제’라는 발표문에서 “한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확보를 결정하면 한미동맹에 새로운 긴장과 도전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미 간 ‘123협정’은 핵추진잠수함 운용에 필요한 원료 확보와 관련해 외교적인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123협정은 미국 원자력에너지법(AEA) 제123조에 따라 미국의 핵물질, 기자재, 기술을 사용하려는 국가와 미국 간에 그 사용조건과 절차를 명시한 원자력 협정이다.

핵추진잠수함 개발, 건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남은 방법은 외국과의 기술협력뿐이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상호 협력에 소극적이고, 중국과 러시아는 정치적 문제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프랑스 DCNS가 개발한 바라쿠다(5300t급) 핵추진잠수함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바라쿠다급 핵추진잠수함은 안전잠항 심도 400m, 최고 속력은 수중 25노트(시속 46㎞), 수상 14노트(시속 26㎞)로 60명의 승조원이 탑승하며 최대 70일까지 작전할 수 있다. 4문의 533㎜ 어뢰발사관과 12개의 수직발사대(VLS)를 갖추고 어뢰와 기뢰, 대함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농축율이 20% 미만인 핵연료를 사용해 한미 원자력 협정 위배 논란도 피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군 조선소에서 미국 해군 공격원잠 라 호야가 창정비를 받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막대한 건조비용은 걸림돌로 남는다. 바라쿠다 핵추진잠수함의 1척 당 건조비용은 12억 6000만유로(약 1조62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경우 그 비용은 바라쿠다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핵추진잠수함을 만들어 관련 기반이 갖춰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프라를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므로 그만큼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전략적 지위를 한 차원 높이는 전략무기다. 하지만 기술적, 재정적, 정치적 이유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보다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한 국가의 수는 훨씬 적다. 보유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지만 한 번 확보하면 전략적 지위는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자칫하면 2030~2040년대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비한 ‘보험’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부터 관련 기술 확보와 해외 협력 방안 등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핵추진잠수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기회는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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