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사법부 적폐 수사’ 문 열어준 김명수식 절충안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8-06-15 23:27:51 수정 : 2018-06-15 23:27: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어제 법원 전산망과 언론에 공개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직접 검찰에 고발하는 대신 추후 진행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고법 부장판사 4명 등 판사 13명을 징계절차에 회부하고 재판에서 배제했다. ‘형사처벌은 필요하지만 대법원 직접 고발은 부적절하다’는 지난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견을 수용한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담화문에서 “앞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진실을 규명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중진과 소장 판사의 의견을 절충하는 형식을 띠긴 했지만 사실상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고 볼 수 있다. 전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전임 대법원 체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엄청난 후유증을 예고한다. 적폐 청산에 휩싸이면서 사법부의 내홍이 깊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전 정권에 대한 단죄가 사법부에서 반복될 소지도 있다. 사회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최후 보루가 정치판으로 변질된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회복 불능 상태에 처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김 대법원장 스스로 키운 측면이 있다. 자신이 직접 일을 맡긴 특별조사단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아 내분을 자초했다. 그 과정에서 형사 고발 등 강경론을 주장하는 소장 판사들과 신중론으로 맞선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상 중진 판사들로 사법부가 둘로 쪼개져 갈등을 빚었다. 사법부는 판사들마저 정치 흉내를 낸다는 세간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진흙탕싸움을 지켜본 국민들은 사법부 모습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사법부 자신이 잘 알 것이다. 구성원끼리 믿지 못해 적대시하는 사법부를 국민이 어찌 믿겠는가. 김 대법원장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자중하고 법복의 무거움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