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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화장장에 가면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넘쳐난다. 죽은 강아지를 잊지 못해 20년째 납골당을 찾는 ‘엄마’가 있고, 한 마리가 먼저 죽자 남아있던 한 마리마저 열흘간 식음을 전폐하고 뒤를 따라갔다는 앵무새 한 쌍의 애달픈 사랑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사람 납골당은 있어도 나몰라라 방치된 동물 납골당은 없다는 동물화장장 관계자의 한숨 섞인 증언도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비율은 28%에 이른다. 전국에 있는 14개의 동물 화장장으로는 부족해 새로 만들려 하지만 기피시설로 낙인찍혀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애완동물’ 대신 짝 ‘반’(伴)자와 짝 ‘려’(侶)자를 쓰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에 기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람 인(人)자가 붙은 ‘반려’는 사람의 짝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동물을 사람의 짝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인데, 개와 고양이들 처지에서도 ‘반려’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동물의 삶의 질은 본디 사람과 멀수록 높다. 사람의 손때 자체가 동물들에게는 스트레스다. 말이 좋아 ‘반려’이지 실상은 사람들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동물을 길들이는 것이다. 반려동물에게 있는 문제의 원인은 그렇게 키운 사람에게 있다. 반려견을 ‘개과천선’시키려면 주인이 먼저 개과천선해야 한다.

인간의 위협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 같은 야생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사는 동물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인간의 눈치를 살피며 살거나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동물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동물을 먹잇감이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길 뿐 그들의 생명과 안전엔 관심이 없다.

세렝게티 동물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무관심이지만 우리 주변의 동물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의 관심이다. 새끼 개구리 수만마리가 콘크리트 방호벽에 막혀 떼죽음을 당하고, 한 해 30만마리의 야생동물이 도로에서 허망한 죽음을 맞고, 반달가슴곰이 올무에 걸려 비참한 최후를 맞는 불행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보다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려면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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