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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난민에 대한 편견 버리고 정착할 수 있게 도와야”

입력 : 2018-06-15 21:12:11 수정 : 2018-06-15 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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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강원대 난민연구센터장 / 국내 난민 신청 급증… 작년 9942명 / 관련 연구자·사업 더 많이 필요 / 갈등 해결 위해선 인식전환 필수 / 지원대상 아닌 사회 일원 인정을 / 현재 난민 인정 처리 절차 느려 / 인력증원·가이드라인 마련 절실 “난민에 대한 인식, 프레임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난민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 사회에 정착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지난 14일 만난 송영훈(45) 강원대 난민연구센터장은 앞으로 이뤄질 난민법 정비의 화두로 ‘정착’을 들었다. 난민을 단순히 보호나 지원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자립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침 다음달 1일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한 지 꼭 5년이 되는 날이다.
송영훈 강원대 난민연구센터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난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송 센터장은 사회과학 분야의 몇 안 되는 난민 전문가다. 2016년 8월 문을 연 난민연구센터 초대 소장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 난민 연구 필요성과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맞물려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난민 신청자는 5436명에 달했다. 지난 한 해 신청자 9942명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한국이 다문화사회라곤 하지만 단일민족이란 인식이 강해 어느 지역이든 난민 신청자나 난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가 있죠. ‘난민도 사회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문화적으로 확산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겁니다.”

송 센터장은 최근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하려는 예멘인들이 몰려들어 지역사회 내 갈등이 빚어지는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2015년만 해도 제주도를 찾는 예멘인은 거의 없었다. 그해 3월 예멘에서 종파 갈등으로 내전이 벌어지며 약 19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도 내 난민 신청자 중 예멘인이 과반을 차지한 건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에 제주도 내 일부 사회 단체는 “무사증(비자) 제도가 불법 난민·체류자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비자 심사 강화와 난민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송 센터장은 난민 신청자를 둘러싼 이런 갈등이나 거부감을 줄이려면 “난민 인정 여부가 보다 신속하고 타당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 난민 신청자는 앞으로 증가할 겁니다. 1차 심사가 빨라져야 하는데 현재 조직으로는 처리가 어렵습니다. 재정을 확충해 난민심사관 등 인력을 늘려야 합니다.”

송 센터장은 이의신청 제도의 보완 필요성도 역설했다. 1차 심사에서 탈락하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어떤 경우 제한되는 것인지, 또 제한이 인권의 관점에서 과연 타당한 건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법무부 난민위원회도 인력난을 겪긴 마찬가지다.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15명이 1년에 4000∼5000건을 심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 센터장은 또 “난민 신청은 원칙적으로 심사하되 특정한 이유가 없거나 (국내 체류나 취업 등)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을 거르고 제어할 제도나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목표는 난민연구센터가 이처럼 복잡다단한 난민 연구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난민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전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이슈에 대한 담론이 확산하려면 일단 연구자가 많아져야 하고 담론을 재생산할 공간도 있어야 합니다. (저처럼) 사회과학을 전공한 난민 연구자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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