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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시선으로 한국 현대사 조망하다

입력 : 2018-06-16 03:00:00 수정 : 2018-06-15 19: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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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2017년 美 시사지 커버스토리 장식 / 한국 대통령 12개 기사와 국내 반응 등 분석 / 美 박사학위 ‘한국인 1호’ 이승만엔 호의적 / 경제발전 토대 박정희 등장은 부정적 묘사 / 이명박시대 한국사회 분열의 분기점 평가 / 문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협상가 면모 파악 / 한국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 되짚어볼 계기

타임TIME·찰리 캠벨 지음/배현 옮김/1만8000원
타인의 시선/타임TIME·찰리 캠벨 지음/배현 옮김/1만8000원

격변의 한국 현대사는 곧 대통령의 역사와도 같다. 한국은 극동아시아의 작은 반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외교 현장이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맞부딪쳐 큰 전쟁만 여러 번 겪었다. 그럼에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버텨온 민족이다. 단기간의 경제 성장과 국민의 저력 또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나라다. 유구한 역사를 지녔으나 대립과 갈등이 첨예한 나라, 세계사에서도 독특한 이런 한국에 대해 밖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국의 주간 ‘TIME’에 실린 한국 대통령 관련 기사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1950년 10월 16일부터 2017년 5월 15일까지, 70년 가까이 타임 커버스토리를 장식한 한국 대통령 기사 12건과 더불어 당시 미국 국내외 매체들의 반응도 함께 담겼다. 더러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나 덜 이해된 분야도 없지않다. 하지만 한국을 바라보는 서구인의 시각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승만 관련 기사가 가장 먼저 나온다. 상당히 호의적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미국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승만의 그 피로한 어깨에 조국 통일과 부흥의 희망이 달려 있다. 이승만은 강경한 반소련 노선을 견지했다. 이 때문에 코민포름은 그를 프로파간다 표적으로 삼아왔다. 진보 세력과 노동계(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인도)에서도 그를 반대하는 선전선동이 심해졌다. 미국에서 이승만은 비방의 희생양이었다. 중국의 장제스도 그런 비방으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졌다. 이승만이 전횡을 일삼고 정적들의 인권을 유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승만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이며, 만약 대선을 오늘 당장 치른다 하더라도 재선에 성공할 유일한 인물이다.(중략)” 1950년 10월 16일자 기사인데, 전쟁통이었던 당시의 관점 그대로였다. 
미 시사주간지 ‘TIME’ 편집자는 이 책에서 “국경의 의미가 사라진 세계화 시대의 추세에 사료로서의 엄정함을 살리고자 당시 발간된 원문 기사를 싣고, 매체들의 평가도 덧붙혔다”고 밝혔다. 위 사진부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어 등장한 인물은 박정희다. 한국인에겐 경제 발전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 평가되지만, 1961년 5월 26일자 타임 기사의 관점은 비판적이었다.

“박정희는 한때 공산주의자로서 1948년 군사반란을 조직하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이 사형을 언도했으나, 남로당의 전체 계보도를 넘긴 후 풀려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극렬하고 과격한 반공주의자를 자처한다.” 미국에서 박정희는 한때 반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상의 없이 남북대화를 하는가 하면, 민족 자존 차원의 핵 개발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전두환에 대해서는 5·18민주화운동을 자세히 전하면서 군사정부의 잔학함을 고발했다.

2008년 6월 16일자 타임 커버스토리는 이명박을 만들어낸 한국을 ‘문어발 사회’라고 칭했다. “(보수정권이 집권했던) 과거 한국은 독재자와 그의 보좌관들이 지배했다. 마찬가지로 독재적인 재벌들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해 지배했다. 이것이 이명박을 만들어 냈다. 자주 방향성을 잃었던 노무현 대통령 집권 5년 뒤 유권자들에게는 이명박의 ‘할 수 있다’가 먹혀들었다.”

타임은 이명박 시대를 한국 사회가 분열된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빈부, 노소, 좌우로 분열된 국가다. 이런 사회는 수많은 NGO(비정부기구)와 시민운동을 낳았고 이데올로기 편향적인 정당들을 양산했다. 정부가 내린 결정이라면 국운이 걸린 듯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한국은 완전히 효과적인 통치를 위해 타협하고 협상하고 설득할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 이명박은 지휘관보다는 중개인 역할을 해야만 했다.

타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해 공주에서 파면된 첫 대통령으로 평가했다.

타임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호의적이다.

“그는 애초 당선되기 이전부터 조용한 협상가 면모를 갖고 있었다. 오랫동안 묵혀온 남북한의 화해를 이끌고 새 시대를 열 것이다. 문재인은 통일이 남한에 엄청난 경제 부담을 안길 것임을 알고 있다. 따라서 통일의 첫 단계는 경제 협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남한 기업들이 저렴한 북한 노동력에 접근하도록 허용하고 비무장지대를 넘어 문화 교류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경제적 통합이 북한에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고, 한국 경제를 되살릴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타임은 이어 “최후 통첩만 남은 듯 보였던 남북관계가 풀릴 물꼬를 연 것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인 김정은의 신년사였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바란다는 신년사를 두고 북한의 화전 양면 전술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정부는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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