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는 반성 없는 보수 야당을 응징했다. 한국당은 전국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완전히 상실했다. TK(대구·경북)의 보수 텃밭에 갇힌 지역 정당으로 전락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핵심 지도부는 어제 사퇴를 선언했다. 6·13 선거로 거듭 확인된 보수우익의 위기는 일개인의 진퇴나 이합집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정농단과 탄핵정국, 야권 지리멸렬에 책임이 큰 기득권 세력과 웰빙정당 체질들의 일선 후퇴를 대전제로 전면 쇄신을 기해야 한다.
민주당은 12곳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11 대 1로 압승했다. 원내 1당 자리를 굳힌 것이다. 시도지사 선거에선 ‘스캔들’ 논란, ‘드루킹 의혹’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기·경남에서 완승하는 등 17석 중 14석을 장악했다.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일방적 승리를 거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 보수의 아성으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의 단체장 자리마저도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서울의 경우 한국당은 기초단체장 25곳 중에서 겨우 서초구 1곳만 건졌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독점한 결과다. 앞으로 국회의원 총선이 있는 2020년까지 큰 선거도 없다.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은 탄력이 붙게 됐다.
향후 국정가도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국가 명운을 시험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북핵 문제부터 간단치 않고 경제·민생 문제 또한 쉽게 풀릴 리 없다. 대미, 대중 안보외교는 난제 중의 난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적 자산이 풍요해진 것은 정부 여당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 측면이 있다. 눈과 귀를 크게 열고 민의를 수렴해 국가적 과제에 대응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어깨가 한결 무거워졌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견제받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부패하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궤멸로 민주시스템의 기본 작동원리가 붕괴되고 말았다. 정부 여당 스스로 중심과 균형을 잡지 못하면 5000만 국민이 승선한 대한민국호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국정 장악력만 믿고 독선과 독주를 해선 안 된다. 권력의 오만은 권력 자신에게도, 국민에게도 재앙이다. 민심의 무서움을 알고 스스로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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