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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개그’ 특유의 매력·재미, 현실과 상상 사이의 사랑얘기

입력 : 2018-06-14 20:54:50 수정 : 2018-06-14 20: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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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우수작 우희덕의 ‘러블로그’ “비웃음은 웃음이 아냐. 단순히 웃음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고.” “코미디는 도태되지 않는 태도야. 웃길 때만 웃는 게 아니라, 슬프거나 힘들 때도 웃음을 잃지 않겠다는 거야.”

‘비웃음’은 ‘비(非)웃음’이 아니다. 웃음도 슬픔이다. ‘도태’와 ‘태도’는 앞뒤 글자만 바뀌어도 완벽하게 앞뒤가 달라지는 의미인지 미처 몰랐다. 장난이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장난이다. 14회 세계문학상 우수작 두 편 중 하나인 우희덕(39)의 ‘러블로그’(나무옆의자)에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 장편에는 저러한 ‘어희’(語?)가 수시로 출몰한다. 이른바 ‘아재개그’가 썰렁하지만, 우희덕의 내러티브 스타일에 차츰 적응하다 보면 기대와 호기심이 상승한다.

지난 11일 우희덕씨(왼쪽)가 세계문학상 상금을 숭실대 황준성 총장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줄거리는 상당히 복잡하다. ‘더 위트’라는 코미디 잡지 전속작가인 남자가 재계약을 앞두고 심혈을 기울였던 원고를 분실한다. 재계약에서 탈락할 끔찍한 위기에 봉착해 그 원고를 찾는 다양한 우여곡절이 이 소설의 기둥이다. ‘카페공화국’이라는 카페에서 에디터를 만나 원고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실패한 줄 알았는데 꿈이었다. 그 꿈이 다시 꿈이었을 수도 있다. 현실과 상상이 여러 겹으로 겹치는 서사를 전개하며 작가는 사랑에 대해 말한다. 그 과정 내내 아재개그는 자주 읽는 이의 발길을 붙든다. ‘(남은) 여생은 여자와의 인생’이기도 하고, 지구를 침범하는 악당들은 ‘지구력’이 좋을 뿐 아니라, 저것이 화성이 맞냐고 물으니 ‘마습(mars)니다’라는 답이 돌아오며, 내가 ‘사정사정’ 해도 그는 ‘오정오정’ 한다. 우희덕은 말한다.

“아재개그를 달리 표현한 언어가 없긴 한데, 언어유희를 모두 그 단어로 퉁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한국 문학계에 코미디를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짧은 호흡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코미디를 긴 호홉을 끌고 가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장편 코미디 문학을 처음 개척한 기분입니다.”

숭실대 홍보팀 입학관리과에서 일하는 그는 우수상 상금 1000만원을 숭실대에 장학금으로 지난 11일 기부했다. 소설 속에서 약자들에게 각별히 공감한 그는 현실에서도 그들을 지원하고 싶었다고 한다. 심사를 맡았던 평론가 김성곤은 “언어의 마술사처럼 시종일관 재미있게 펼쳐내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와 마지막 반전은 이 소설 특유의 매력”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심사위원인 소설가 하성란은 소설을 끝까지 읽는 순간 “소설을 읽으면서 웃었던 것만큼 쓸쓸해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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