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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독도 잘 쓰면 약’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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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4 21:03:23 수정 : 2018-06-14 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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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자드락밭이 샛노란 꽃 속에 갇히고 말았다. 진노랑 꽃을 가득 매단 곱디고운 ‘애기똥풀’이 곳곳에 지천으로 핀 탓이다.

애기똥풀은 쌍떡잎식물 양귀비과의 다년초로 전 세계에 1속 1종만 있다 하니 모두 같은 종(種)이다. 잎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샛노란 액즙이 젖먹이의 대변과 비슷하다 하여 유아변초(幼兒便草)로 불리기도 한다.

이맘때인 5∼10월에 꽃을 피우고, 1㎝ 크기의 샛노란 꽃잎은 네 장으로 긴 달걀 모양이며, 수술은 여럿이고 암술은 한 개로 암술머리 끝이 두 갈래로 얕게 갈라져 있다. 열매는 긴 원통형의 꼬투리로 속에는 검은 종자가 여러 개 들어 있다. 잎 윗면은 연둣빛이고, 뒷면은 흰색이며, 당근색을 띤 뿌리가 많다.

반음지 지고 습기 찬 밭 가장자리나 풀밭에서 잘 자라는데 매우 공격적이어서 어쩌다 한 포기가 생기는 날엔 다른 풀이 얼씬도 못한다. 또 잎줄기나 꽃과 마찬가지로 뿌리가 다치면 샛노란 즙액을 뿜어댄다.

애기똥풀은 구토·설사·신경마비를 일으키는 이소퀴놀린과 켈리도닌을 가진 독초이기에 초식동물도 뜯어먹기를 꺼린다. 잎이나 줄기에서 나온 노란 유액을 손톱에 바르면 잘 지워지지 않아 멋진 매니큐어가 된다. 그러나 식물즙에는 독이 있으므로 접촉성피부염이나 가려움증을 일으킬 수 있으니 만진 경우에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

그러나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고 했던가. 애기똥풀즙을 바르면 티눈이나 손등사마귀 제거에 좋고, 뱀이나 독충에 물렸을 땐 해독에 좋아 짓찧어 붙이기도 한다. 특히 한방에서는 전초(전체식물체)를 복부통증진통제·이질·황달형간염·결핵·옴·버짐 등에 사용한다.

비록 허접스럽고 하잘것없는 야생초이지만 식물자원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처럼 훌륭한 생약(生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하찮게 보이는 생물체라도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했나 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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