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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어쩌다 한국인'도 병역의무 이행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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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4 15:40:21 수정 : 2019-09-10 17: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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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3)씨는 1995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났다.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과 미국 시민권을 동시에 취득한 이른바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그런데 남성인 A씨는 우리나라 병역법에 따라 2013년 1월 제1국민역에 편입됐다. 문제는 그로부터 3개월 이내인 2013년 3월 말까지 한국 국적과 미국 시민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국적법 12조 2항은 ‘남성은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 병역 의무를 해소한 후에야 외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결국 A씨는 병역을 마치거나 아니면 병역 면제처분을 받는 등 병역 의무를 해소한 후에야 미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화가 난 A씨는 “현행 국적법이 국적을 이탈할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국적이탈 전 병역의무 꼭 이행" VS "예외도 인정해야" 팽팽

 

헌재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2015년 11월 헌재는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해당 국적법 조항을 합헌으로 판정했다. 재판관 5명은 다수의견에서 “법대로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A씨가 잘못한 것”이라며 “국적 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재판관 4명은 소수의견에서 “A씨는 주된 생활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고 한국 국민의 권리를 향유한 바 없으며 한국에 대한 진정한 유대 또는 귀속감이 없이 단지 혈통주의에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뿐”이라며 “국적법을 지키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소명되면 국적 이탈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개병의 징병제를 채택한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병역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미국 이민자 집안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 가수 유승준(42·미국명 스티브 유)이 군입대를 앞두고 갑자기 한국 국적을 포기, 군대를 면제받은 뒤 벌어진 일만 떠올려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스티브 유의 국내 입국을 금지했고, 이에 불복해 스티브 유 측이 낸 소송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재외동포사회는 A씨 같은 경우를 들어 ‘국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국외에서 출생한 후 국내와 왕래도 거의 없이 해외에 실질적으로 장기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 중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국적 포기 시기를 놓쳤다가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사람 구실’ 못하게 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B씨는 ‘18세 되는 해의 3월 말’로 규정된 국적이탈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현지 사관학교 입학과 공직사회 취업을 제한당하자 한국 정부에 시정을 하소연하는 청원서를 내기도 했다.

 

 

◆연평균 9000명 한국 국적 상실·이탈… ‘인구감소’ 위기 불보듯

 

꼭 남성의 병역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5년간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회복해 국내로 유입된 인구는 연평균 1만3392명인 반면 한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해 국외로 빠져나간 인구는 연평균 2만2952명으로 지속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인구 감소로 지도 위에서 아예 ‘소멸’하고 말 것이란 위기감을 느끼는 이가 많다.

 

1948년에 제정된 국적법은 그동안 총 14회에 걸쳐 개정되었다. 다만 병역의무자의 국적이탈 제한 등에 관한 조항은 2000년대에 개정이 이뤄지고 나서 이미 상당한 시일이 지났다.

 

이에 법무부는 현행 국적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고치는 과제를 논의하고자 ‘국적제도개선 자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고 14일 밝혔다. 지금의 국적제도와 관련 정책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TF의 목적이다.

 

TF에는 국적 분야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대학교수, 변호사, 병무청 및 재외동포재단 관계자가 참여한다. 지난 11일 1차 회의를 열고 국적이탈, 국적상실제도의 개선, 국적유보제도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익과 인권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국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앞으로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각계각층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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