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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고삐 죄는 마크롱 "사회보장에 미친 듯이 돈 써"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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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4 15:54:43 수정 : 2018-06-14 15: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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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가가 사회보장정책에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다고 일침을 날리는 모습이 공개됐다. 집권 후 재정적자 비율을 유럽연합(EU) 권고 수준인 GDP의 3% 이내로 낮추겠다며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마크롱 정부가 더욱 고삐를 죄는 양상이다. 프랑스의 대규모 철도파업을 촉발한 국철 개편안은 하원을 통과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엘리제 궁의 시베스 은디예 대통령 홍보비서관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함께 사회보장 관련 연설을 연습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사회보장에 미친 듯이 돈을 퍼붓고 있는데 사람들은 빈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모든 사회정책은 (가난의) 예방에 집중하고 사회구성원들을 더욱 책임성 있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게 더욱 비용이 덜 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빈곤층 직접지원에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기보다 차상위 계층 어린이와 청년층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대해 이들의 소득수준을 점진적으로 올리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지난 4월 17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유럽의회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프랑스의 사회보장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1.5%로 독일(25%)보다 높고, 선진국 중에서도 최고 수준 규모다. 은디예 비서관은 이 영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열심히 연설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언의 내용은 물론, 국가가 사회보장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을 말하면서 ‘pognon de dingue’라는 표현을 쓴 것이 논란을 불렀다. 이는 돈을 매우 많이 쓴다는 뜻의 프랑스 속어다.

야당은 내용과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 등 친(親) 기업 정책을 편다며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몰아세웠던 사회당이 선봉에 섰다. 사회당 발레리 라보 의원은 RFI 방송에 출연해 “발언과 톤이 프랑스 대통령에 적합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사회보장은 프랑스적 모델의 핵심이고, 강하게 뿌리박힌 전통이다. 프랑스 대통령이라면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당 서기장(당대표) 올리비에 포르는 “마크롱 대통령이 빈곤층을 늘리는 자유주의 정책을 띄우려고 가난한 계층이 노력하지 않고 너무 많은 사회보장책에 기댄다는 낡은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비난했다. 우파 정당인 공화당의 로랑스 사일리에 대변인도 BFM TV에 출연해 “대통령이라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같은 날 프랑스 하원에서는 국철 개편안을 의결하며 마크롱 대통령의 긴축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하원은 2020년부터 프랑스 국내 여객철도 부문의 국철(SNCF) 독점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SNCF의 신입사원부터 복지·연금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뼈대로 한 정부안을 전체 577표 중 452표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개편안에는 국영기업인 SNCF를 합자회사 형태로 전환해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원을 통과한 정부안은 14일 진행되는 상원 표결에서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8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개막한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 취임 2년 차인 올해의 최대 과제로 철도 개편안을 밀어붙여왔다. 유럽 철도시장 개방을 앞두고 SNCF의 비용을 절감하고 체질을 유연하게 개선하려면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개편 반대를 외치며 지난 4월 초부터 한 주에 이틀씩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 간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민주노동총연맹(CFDT)은 법이 통과되면 받아들이겠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철도파업을 주도한 노동총동맹(CGT) 소속 철도노조들은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철도 총파업이 끝나더라도 파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파업 초기에 노조를 더 많이 지지하던 여론도 시간이 지나며 정부 쪽으로 기울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 정도가 파업 반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마크롱 정부의 긴축 기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정부가 사회보장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지만 총리실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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