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결국 한·미동맹 벌어지고 北은 미·중과 더 가까워졌다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8-06-14 01:14:40 수정 : 2018-06-14 01:14: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기적 회담으로 불리던 북·미 정상회담이 ‘소문난 잔치’로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 중재로 시작된 이번 회담은 결국 대한민국 안보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부메랑이 되고 말았다. 온 국민이 염원하는 평화가 결코 말처럼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그는 미국이 마련한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기 나라를 매우 사랑한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답했다. 그를 “훌륭한 인격에 매우 똑똑하다”고도 했다. 이런 찬사가 없다. 이복형과 고모부를 죽인 잔인한 독재자에게 ‘인격자’의 감투를 씌워 준 것이다.

한동안 냉랭했던 북·중관계는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밀월시대로 탈바꿈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을 국빈 자격으로 두 번이나 초대했다. 싱가포르 회담 때에는 고위급 전용기까지 내줬다. 중국은 아예 대북제재의 뒷문까지 열어 북한을 환대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체제 보장 약속을 받아낸 것은 엄청난 수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어떤 이행조치도 내놓지 않은 채 두둑한 선물 보따리만 챙긴 꼴이다.

물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두 정상이 후속회담을 약속한 만큼 북핵 폐기를 위한 사찰과 검증은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것이다. 하지만 잘못 끼운 회담의 첫 단추를 되돌릴 방도는 없다. 북한 매체는 “두 정상은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미국이 강조해온 ‘선 비핵화, 후 보상’원칙이 물 건너간 셈이다.

우리로선 한·미동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주한미군 철수 입장을 밝히면서 돈 문제를 또 거론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선 ‘워 게임(war game)’, ‘도발적’이란 단어까지 동원했다. 예전 북한 지도층이 하던 폭탄 발언이 혈맹국 대통령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국민으로서 ‘안보 쇼크’를 느끼고도 남을 사안이다. 그런데도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지켜본 문 대통령은 ‘세계사적 사건’으로 치켜세웠다. 상황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오늘 문 대통령을 예방해 북·미 정상회담 합의내용을 설명한다. 남북회담도 오늘 장성급회담을 시작으로 줄줄이 열린다. 문 대통령은 냉철한 시각에서 한·미 공조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 지도자의 바른 판단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