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12일(현지시간) 리처드 리언 미국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AT&T와 타임워너의 인수합병 차단명령 청구소송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두 기업 합병의 마지막 걸림돌이 정부 규제였던 만큼 AT&T와 타임워너는 854억달러(약 92조원)에 이르는 합의를 2년 만에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무부는 오는 20일까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AT&T 관계자는 “그 전에 합병을 완료시키길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리언 판사도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합병을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평가하며 예정대로 성사될 시 미디어·통신 산업의 지형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기업의 합병에 따라 탄생할 기업은 AT&T가 가진 넓은 통신망을 사용해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전송하게 된다. 미국에서 AT&T의 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는 1억1900만명에 달한다. 타임워너는 ‘왕좌의 게임’과 같은 유명 드라마에서부터 글로벌 보도채널 CNN방송에 이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다.
AT&T는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에 기반을 둔 경쟁업체에 전통적인 유료TV 시청자들을 뺏기는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을 유지할 새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미디어 기업 경영자들은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에 맞서려면 콘텐츠생산업체와 통신·배급업체의 결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콘텐츠생산업체와 통신·배급업체 간 인수합병이 물꼬를 틀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방송 배급자이자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컴캐스트는 ‘X-맨’, ‘심슨가족‘ 등을 보유한 21세기폭스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AT&T의 경쟁 통신업체인 버라이즌도 글로벌 미디어기업 CBS를 인수하려 한다는 설이 제기된다.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각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데이비드 맥카티 AT&T 법무 고문은 뉴욕타임스(NYT)에 “고객들에게 더 싸고 빠른 혁신적인 영상을 제공하기를 고대한다“고 법원 결정을 반겼다. 하지만 정부 변호인인 매컨 델라힘은 “법무부는 판결에 실망했다”며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에 따라 유료TV 산업의 경쟁과 혁신이 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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