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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불신의 시대, 혼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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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1 22:29:36 수정 : 2018-06-11 22: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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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찾기 힘든 트럼프 리스크에 / 세계질서 이끈 G7 동맹체제 균열싱가포르 북·미 회담은 괜찮을까 / 파국 부르는 ‘순진한 망상’ 버려야 럭비공. 어디로 튈지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렇다.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배넌 수석전략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1년 남짓한 새 백악관 참모는 줄줄이 떠났다. 바리톤 음색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트위터로 날리는 해고 통보. 하루아침에 닭을 쫓다 지붕 쳐다보는 신세로 변했다.

“트럼프의 국정운영은 11살 아이와 같다.” 야인이 된 배넌은 독설을 퍼붓는다.

강호원 논설위원
사람 쓰는 일만 좌충우돌하는 것이 아니다. 캐나다 샤를부아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난장판이 됐다. 캐나다를 떠나 싱가포르로 가는 전용기에서 글을 또 올렸다. “미 대표단에게 공동성명 채택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G7 공동성명은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폭풍 트윗은 이어진다. “내가 떠난 뒤에야 기자회견에서 미국 관세는 모욕적이라고 말했다”, “쥐스탱을 호명하니 상처 입은 척한다.… 공정무역이 호혜가 아니라면 ‘바보무역’(Fool Trade)이라고 불러야 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두고 한 말이다. 캐나다 총리는 이웃 나라 대통령에게 인신공격까지 당했다. 자유·공정·호혜 무역? 바랄 수 있을까.

2차 대전 후 세계질서를 이끌어온 G7 동맹체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끼워 G8을 만들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았던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타오르는 무역전쟁의 불이 꺼질 리 만무하다. 유럽산 철강제품에 25% 관세를 매긴 미국을 향해 EU도 보복에 나섰다. 7월부터 미국산 청바지, 오렌지, 오토바이에 똑같은 세율의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를 이끄는 기관차는 덜컥거린다.

미·중 사이도 깨진 항아리 같다. 미국이 중국산 첨단제품 1300여개에 관세폭탄을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을 번복한 뒤 갈등은 도화선처럼 타들어 간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타산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트럼프 대통령. 오늘의 말이 어제와 다르다. 상인 기질 때문일까. 아니다. 신용을 중시하는 거상(巨商)은 수없이 많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기치를 내건 보호무역주의. 한 꺼풀만 벗겨 보면 ‘불신의 재생산’ 고리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을 잃으면 설 수 없다’는 공자의 말은 딴 세상 언어다. 무신이립(無信而立). ‘믿음을 버려야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걸까.

싱가포르 북·미 회담. ‘세기의 핵 담판’이라고들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올까. 전도는 예측하기 힘들다. 시시각각 말과 행동이 바뀌니 예측이 무의미하다. “전에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을 두고 한 말이다. 이제 180도 바뀌었다.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을 칙사 대접한 뒤에는 이런 말을 했다. “김정은을 백악관에 초대하겠다”,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도 있다.” ‘완전한 비핵화’의 희망이라도 본 걸까.

걱정은 미국에서 쏟아진다. “주한미군을 덜컥 철수하는 것 아니냐.” 오죽하면 미 의회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아래로 줄이지 못하도록 국방수권법안을 만들었을까. 불신이 깔려 있다.

문득 드는 생각. 김정은은 트럼프를 믿을까, 트럼프는 김정은을 믿을까. 믿지 못한다면? 칼을 버리기 힘들다. 세기의 담판? 정치 이벤트의 그림자가 더 어른거린다.

불신은 혼돈을 부른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말, “국제질서가 도전에 직면한 것은 놀랍게도 이를 설계하고 보증하던 미국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앞날은 바위를 구르는 달걀로 변했다. 한반도 정세도 똑같다.

불신의 시대, 혼돈의 시대. 어떤 법칙이 지배할까. 믿음도, 규칙도 없는 정글의 법이 난무한다.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먹잇감으로 변한다. 이 나라의 지도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순진한 망상’에 젖은 것은 아닐까. ‘영정이치원(寧靜以致遠)’. 깊이 생각해 형국의 끝을 꿰뚫어 보라는 제갈공명의 말이다. 끝을 내다보지 못하는 자는 어찌될까. 망한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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