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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아이 낳고보니… 세상이 무섭다

관련이슈 : 기자가 만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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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1 22:30:17      수정 : 2018-06-11 22:30:16
두 달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리고 이 두 달의 시간 동안 삶이 완전히 변했다.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져 적응하는 데만도 허덕거리는 시간들. 늦은 나이에 출산한 아내가 안쓰러워 함께 뛰어다니다 보니 육아와 관련해 모르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됐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그중 한 가지는 아이가 생기면 나라에서 돈을 준다는 것이다. 첫돌이 될 때까지 매달 양육수당 20만원이 통장에 꼬박꼬박 입금된다. 처음엔 ‘쏠쏠한데?’라고 생각했다. 아이 분유값 정도는 충분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충 인터넷을 검색해본 바로도 이 정도면 한 식구 정도 더 건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분유를 사러 가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더 비싼 분유에 손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너무 나빠요. 무항생제 제품인 우리 분유를 먹이세요”, “일반 분유로는 아이를 똑똑하게 키울 수 없어요. 두뇌발달 성분을 강화한 우리 분유를 먹이세요” 등등 수많은 광고문구에 유혹을 떨치기 힘든 게 부모 마음이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혹시 값싼 분유를 먹였다가 아이가 탈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결국 굴복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분유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조금씩 세상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기저귀에서는 화학물질이 나왔고, 젖병에서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아주 오래된 뉴스가 신경 쓰이게 했다. ‘지금이라고 뭐 달라졌겠어’라는 마음에 이런 물건들도 조금이라도 더 좋아 보이는 것에 손이 간다. 당연히 예상보다 지출은 훨씬 더 커졌다. 그때 알았다. 아. 2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구나. 20만원으로 버티기에는 세상이 너무 무섭구나.

결국, 이건 공포의 문제였다. 타인과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턱없이 부족한 세상, 그래서 생기는 무서움이 부모들을 약하게 했다. 다 큰 어른들이야 어쩔 수 없겠거니 하고 그냥 살지만 어린 생명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 그 공포를 돈으로 메운다. ‘우리 제품은 안전합니다’라고 외치는 광고문구를 믿으며.

더 무서운 건 아이가 나이를 먹어도 이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아이가 도태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교육을 시키고, 더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 그때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뭔 호들갑이냐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 그들도 무서웠을 것이다. 그때의 호들갑은 어떻게든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허우적거림이었던 것이고.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다. 2017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5에 불과하다고 한다. 프랑스, 미국 같은 서구 국가들은 고사하고 저출산으로 고민이 깊은 일본의 1.43보다도 턱없이 낮다. 그러다 보니 여러 저출산 대책이 쏟아진다. 우리 가족이 받는 양육수당도 그 대책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의 회복이다. 두려움 없이 값싼 분유를 자식에게 먹일 수 있고, 마음 놓고 공교육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먼저 아닐까.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기쁨이 아이를 키우며 겪는 공포를 뛰어넘는 그 순간이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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