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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재점화’ 공지영 놓고 쫙갈린 지식사회…“자아과잉” VS “한국판 졸라”

관련이슈 스토리 세계 , 2018.6.13 지방선거

입력 : 2018-06-11 13:21:09 수정 : 2018-06-11 17: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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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공지영의 ‘제2전선’①] 여배우 논란 재점화한 공지영 두고 찬반
(왼쪽) 배우 김부선 씨, (오른쪽) 작가 공지영 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배우 김부선씨간 이른바 ‘여배후 스캔들’ 의혹과 관련해 논란을 본격적으로 재점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작가 공지영씨를 둘러싸고 지식인 사회가 찬반으로 갈려 뜨거운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상당수 지식인들은 11일 공씨의 관련 의혹 공론화에 대해 당사자도 아니면서 집요하게 과도하게 개입하는 건 “괴이한 행태” “자아 과잉”이라거나 미투운동과 불륜의 경계를 흩뜨리는 ‘어리석은 비약’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많은 문인과 지식인들은 “대의명분 혹은 사적 관계의 친소에 따라 부당한 내지 왜곡된 모습을 묵인하는 문화가 너무 일상화”된 사회에서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드레퓌스를 옹호한 에밀 졸라를 떠올린다”고 긍정 평가했다.

공씨는 이에 앞서 지난 7일 페이스북 등을 통해 “2년 전 주진우 기자가 (이 후보와) 김씨 문제 때문에 요새 골머리를 앓았는데 다 해결됐다. 겨우 막았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이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논란을 본격적으로 재점화하고 공론화했다.

◆평론가 함돈균, “당사자도 아니고…괴이한 행태이자 자아 과잉”

11일 문단과 학계 등에 따르면 평론가 함돈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공씨의 행위에 대해 “당사자도 아니면서, 정확히 맥락도 모르는 타인이면서, 갑자기 오래전 남의 ‘사생활’에 집요하게 끼어들어 자기가 주인공이 되려는 매우 괴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함돈균 평론가.
함씨는 “자기의 말과 사유를 매개로만 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작가라는 이가, 근거가 분명치 않은 남들의 전언과 ‘~ 카더라’ 통신에 목을 매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는 남의 삶을 스토리텔링으로 이용해 SNS의 세치 혀로 자신을 정의로운 자로 둔갑시키고 타인들의 고통을 자기 장식품으로 사용하는 자아과잉”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이 일을 세월호에 버금가는 역사적 사건으로까지 과장하는 이 해괴한 인식과 욕망은 무엇 때문인가”라도 되물었다.

함씨는 “예전부터 소설의 문장도 인문적 성찰의 힘이 거의 없어 심연을 거느리지 못해 피상적이고, 다사회적 개입의 언행도 너무나 경솔하고 신뢰도가 바닥이어서 난 공지영이라는 텍스트를 비평에서 아예 대상으로 언급해 본 적이 없는데, 이분 모습이 점점 가관이다. 게다가 삶이 지닌 복잡성과 아이러니를 깊이 이해하자는 것이 문학일진대, 한때의 모호한 인간 관계의 시간에 대해 한 주장편에만 서서, 심지어는 당사자들의 상처와 분노를 부추기면서 일방적이고 경박한 이분 논리로 한 인간의 삶을 심판하자고 갑자기 핏대를 세우는 영웅주의는 정말 해괴하다”며 “이런 이가 ‘작가’가 맞는가”라고 힐난했다. 그는 “타인에게 이렇게 품위 없이 삿대질할 시간이 있다면 본인의 인생 성찰과 작가로서 자기 문학의 깊이를 위해 더 노력하시기 바란다”고 쓴소리했다.

◆영화감독 정윤철 “미투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건 번지수 어긋나”

영화 ‘말아톤’의 감독 정윤철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지영 작가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혀를 차게 된다”고 거들었다. 정씨는 “모니카 르윈스키처럼 정액 묻은 옷이 없어서 그리 뭉개냐고까지 이재명을 연일 비난인데 증거 없는 게 무죄의 근거는커녕 왜 욕먹을 짓인지도 모르겠지만, 김부선 지원사격에 르윈스키마저 소환하며 미투 프레임에 엮으려는 건 번지수가 한참 어긋나는 과욕이 아닐 수 없다”며 “백악관 인턴과 대통령의 권력형 성관계와 중년 성인남녀의 로맨스인지 불륜인지가 어찌 동일선상이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오락가락하는 김부선 말을 백퍼(센트) 사실로 인정해도,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그 촌스런 법조차 현장을 덮쳐 직접 목격해야만 인정되었다) 함께 합의로 사귄 상대를 쌩깠다는 증명 안된 의심이, 어찌 가부장제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여성 인권 신장의 새 역사를 열어제친 미투 운동과 발가락 하나라도 닮았단 말인가. 이는 피해 여성들이 모든 존재를 걸고 범죄를 고발한 미투운동의 그 용기와 희생을 일개 불륜과 동일선상에 놓으며 경계를 흩뜨리고 모욕하는 어리석은 비약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윤철 영화감독.

정 감독은 “공 작가가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녀를 미투 운동의 어설픈 제물로 섣불리 오용하거나 주진우에게 띄엄띄엄 들은 얘기를 엮어 3류 소설을 쓰는 게 아니라 당장 그녀에게 정확한 팩트를 정리한 후 김영환 따위의 경쟁 후보 진영에게 흘리는 비생산적 언플을 스톱하고, 대신 공정한 언론과 접촉하라고 설득하는 것”이라며 “그것만이 정치의 광기에 휩쓸리지 않고 존엄성을 되찾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정 감독은 “인격살인에 분노한다면서 3류 연예지 기자를 뺨치는, 또 다른 인격살인과 비약을 일삼는다면 그런 당신이야말로 여성인권운동의 적이자 미투의 방해자일 수 있다. 열 사람의 범인을 놓쳐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선 안된다는 법의 소중한 경구는 이런 진흙탕 카오스 속에선 더더욱 명심해야 할 덕목”이라고 조언했다.

작가 이기명씨도 페이스북에서 “공지영. 아무데나 끼어들지 말고 시나 써라. 정치하고 싶은가”라고 비판했다.

◆시인 김주대 “김부선 편에 서서 싸울 수 있다…조롱 비아냥 자제를”

반면 문인들을 비롯해 많은 지식인들은 공감과 지지를 표했다. 시인 김주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공지영 작가를 조금 안다. 정치공학적 계산을 떠나서 공지영 작가의 입장(심정)에서는 충분히 김부선 씨의 편에 서서 말하고 싸울 수 있다”며 “그것은 어떤 사람이 이재명 씨의 편에서 말하고 싸우는 것과 똑같다”고 공 작가를 감쌌다.
김주대 시인.

김씨는 그러면서 “공지영 작가를 비판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건 보기에 역겹다. 그런 해괴망측한 댓글들을 보다보면 갑자기 공지영 작가의 입장이 되어 그 조롱에 맞서게 된다”고 애정 어린 비판이 아닌 조롱이나 비난은 자제할 것을 제안했다.

◆우희종 교수, “집단 과민반응 안돼…내용 진위 떠나 공 작가 태도 지지”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그냥 침묵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에는 매우 공감된다”며 “일반적으로 사회에 그런 용기가 없어서 아쉬울 뿐”이라고 거들었다. 
우희종 교수.

그는 “내용의 진위를 떠나 나는 공작가 태도에 지지를 보내며, 집단 과민반응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동조를 보냈다.

우 교수는 앞서 또다른 글에서 “사안에 대한 실제 내용을 모르기에 각 개인에 대한 입장은 말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공지영 작가 태도에 지지를 보낸다”고 공개 지지를 표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의명분 혹은 사적 관계의 친소에 따라 부당한 내지 왜곡된 모습을 묵인하는 문화가 너무 일상화돼 있다”며 “혈연, 지연, 학연 등등 각종 인연으로 얽힌 우리 사회에서 ‘공사 구분’이 사회 건강성에 최우선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나 역시 동료나 친한 이들로부터 서운함이나 오해를 받을 지라도 공 작가와 유사한 선택을 해오고 있다”고 반성했다.

특히 그는 “끼리끼리 문화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최근 사례로서 고위 판사들이 보여주는 양승태 감싸기) 이러한 공사 구분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이 곧 상대방 전체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임을 서로 분리해서 받아들이는 문화가 절실하다 (죄를 미워하되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흔한 말도 있지 않은가)”고 지적했다.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교수도 “내가 고발당한 직후에 나를 비난했던 이재명 박훈 공지영씨가 대립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착잡하다”면서도 “아무튼 공은 이제 시민들한테 돌아온 거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공지영씨를 응원한다”고 응원에 가세했다.

◆주강현 교수, “작가에겐 자유 발언 허용해야…졸라 떠오른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지영 작가의 발언ㅡ드레퓌스를 옹호한 에밀 졸라를 떠올린다”고 높이 평가했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주 원장은 “그의 발언 타이밍 등을 문제 삼는데, 그 어떤 경우에도 이재명은 여유있게 당선된다”며 “공 작가는 소위 문단 패거리와는 떨어져서 사회정의를 위해 복잡다단한 고발과 재판을 견뎌온 작가이다. 왜 잘 모르는 이재명 김부선에 개입했냐고 난리들인데, 누구든 자유로운 영혼으로 발언할 수 있어야한다. 작가에게 그 정도의 자유로운 발언의 순간도 허락 못하는 사회는 징그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무런 친분도 없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나 시리아 사람들에 연민을 품고 발언하면 안되는 것인가. 지금 내가 페북에 글을 쓰는 것도, 이재명과 김부선 모르면 써서는 안되는 행위인가”라고 되묻고 “자유로운 영혼들의 자유로운 발언 속에서만이 한국사회의 미래가 보인다”고 거들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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