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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새 세상 만난 선조들의 연행… 개혁정신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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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0 21:09:55 수정 : 2018-06-10 21: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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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노정전자문화지도’ 만드는 신춘호 촬영감독 “고려부터 조선까지 600여 년간 끊임없이 교류했던 중국에 사신으로 간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의미였습니다. 중국을 통해 세계를 경험한 수많은 관료, 지식인들이 당시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한 것이 견문기인 연행록(燕行錄)입니다.”

OUN(방송대학TV)에서 TV다큐멘터리와 교육콘텐츠를 제작하는 신춘호 촬영감독은 연행문화와 연행노정의 이모저모를 지도에 표시하는 ‘연행노정전자문화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는 연행노정, 통신사노정, 표해노정 등 한·중·일에 남겨진 우리 역사지리공간의 원형을 연구하고 영상으로 남긴다. 그의 손을 걸쳐 TV다큐멘터리 ‘열하일기, 길 위의 향연’(OUN, 2010년)이 탄생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방송대 교정에서 마주한 그는 홍대용과 박지원 등 북학파 지식인들의 후손 20여명과 함께 연행노정을 떠나기 위해 배낭을 꾸리고 있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방송대에서 만난 신춘호 OUN 촬영 감독이 조선시대 연행노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19년째 중국을 오가며 연행문화와 연행노정의 이모저모를 지도에 표시하는 ‘연행노정전자문화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가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 노정을 따라 나선 것은 2000년부터. 밀레니엄시대를 표방하면서 한 기관이 실시한 배낭여행 기획안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 인연이 됐다.

“2000년 8월부터 지금까지 19년째 열하일기 노정을 비롯한 사행노정 답사를 하고 있습니다. 매년 빠짐없이 1~4회에 걸쳐 지금까지 열하일기, 해로노정, 통신사노정 등 사행노정 답사만 25~30여회를 다녀왔습니다.”

그가 열하일기 노정과 같은 옛길 답사에 천착한 것은 조선 지식인들의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늘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자각(自覺), 그리고 개혁정신을 체휼하기 위해서다.

“18세기 말, 격변의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연암은 연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고, 북경과 열하를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오랑캐라 치부하며 청을 얕보던 조선 관료, 지식인 사회의 배청풍조를 비판했습니다. 실용적이고 이용후생적인 면모를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본 그의 열하일기는 오늘날에도 개혁과 변화를 원하는 지식인이라면 가장 먼저 꺼내 읽는 고전이 됐습니다.”

신 감독은 그간의 연행노정 답사 횟수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답사방식이 다양하고 내용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로 압록강에서 북경, 열하를 일순에 돌아보는 전체일정은 초반기에 많이 했습니다. 한번 떠나면 8~15일 일정으로 다녔는데, 사라진 옛길을 고증하고 다니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2007년에야 연행노정의 전체 노정을 대략이나마 이어볼 수 있었고, 그 결과를 ‘연행노정 기록사진전’으로 학계와 대중에 소개했습니다.”

그가 2007년에 마련한 첫 ‘연행노정 영상기록 전시회’는 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2010년부터는 구간을 나누어 정밀답사 방식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현지 지명을 파악하고 고지도, 근세지도, GPS까지 활용하여 공간을 잇는 작업이었다. 특히 연행노정의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데 몰두했다.

“영상기록물은 필름에서부터 디지털사진, 동영상, GPS 기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현재는 디지털로 변환하여 하드디스크에 담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행 자료를 정리할 때마다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작업량이 많고 자료가 방대한 데다 그동안의 기록을 보관하는 데도 많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기록하고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공적으로 활용될 방안을 찾는 중입니다. 개인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다양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의 앞으로의 꿈은 북한 의주길을 따라 중국으로 향하는 연행노정을 완성하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등을 보면서 머잖아 한양에서 의주까지의 노정도 답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진정한 노정은 한양에서 의주를 걸쳐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는 것이거든요. 언젠가 남북의 왕래가 빈번해진다면, 북한의 옛길을 따라 가는 사행을 재현해보고 싶습니다.”

류영현 선임기자 yhry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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