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성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대규모 여성 집회가 열린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한 여성 경찰이 무전을 하고 있다. 그 뒤로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는 이 같은 구호가 울려퍼졌다. 대부분 붉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 등을 착용한 여성들은 막대 풍선과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는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든 채 목소리를 높였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전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2만2000여명이 몰렸다. 경찰의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수사가 성차별 수사라며 열린 지난달 19일 집회에 이은 2차 집회였다.
1차 집회 1만2000명(경찰 추산 1만명)을 뛰어넘어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열린 집회 중 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운집하면서 한국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두려움과 분노, 수사당국을 향한 불신 등이 어느 정도 공론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의 말이나 행동 등 표현 방식을 놓고 ‘불편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부분 남성은 물론 여성들까지 “집회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몇몇 참가자의 불필요한 문구나 행위를 보면 지켜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2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경찰의 성차별 편파 수사를 비판하는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직장인 나모(29)씨는 “여성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뭔지는 짐작가지만 한남충이라는 표현이나 경찰 성비에 대한 황당한 주장을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대학생 신모(22·여)씨는 “성평등을 외치면서 왜 남성을 비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찰은 ‘홍대 몰카 사건 피의자가 여자라서 구속됐다’는 주장에 대해 성별이 아닌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구속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청와대 SNS 방송에 출연해 “사법 적용에 성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번 집회에서 1차 집회 때와 달리 삭발식이 진행된 점과 남성이 몰카를 찍는 모습을 ‘미러링’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점, 일부 피켓에 남성의 성기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을 동원한 ‘무X유죄’ 등이 적혀있었다는 점 등도 성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개최한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2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차별 수사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이 같은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 외에도 고려대 등 대학가 몰카 사건과 유명 유튜버 양예원씨가 폭로한 비공개 촬영회 노출사진 강압촬영·성추행·사진유출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남녀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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