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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회상 장면 하나 없는 위안부 소재 영화 ‘허스토리’

입력 : 2018-06-10 14:00:00 수정 : 2018-06-10 11: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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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개봉 예정인 ‘허스토리’(감독 민규동, 2018)는 위안부를 소재로 실존 인물과 실제 재판 과정을 다루지만,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고, 회상 장면조차 없다. 당연히 아역이나 당시 일본군인 배역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은 1990년대 부산이다. 멀지 않은 과거 부산을 배경으로 해 실존 인물들을 다뤘다는 공통점과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준한, 이유영 등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열연, 곳곳의 유머 코드 덕분에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 2013)도 떠오르는 영화기도 하다.

사춘기 딸과는 잘 지내지 못하지만, 여행사 사업에서는 성공한 문정숙(김희애)은 얼떨결에 자신의 여행사 일부 공간을 부산 지역 위안부 신고 사무실로 제공하게 되면서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하게 된다.

TV로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접했을 때 별 관심이 없던 문정숙은 10여 년을 자신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배정길(김해숙) 할머니도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산 게 미안해”서 포기할 수 없다는 문정숙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더 찾아 나서고, 승산이 없어 보이는 일본 정부 상대 소송 제기에도 앞장서게 된다.

실제 1992년 시모노세키(關)에서 시작된 재판은 부산(釜)에서 오가며 진행되었다고 해서 된 재판이라 해서 ‘관부재판’이라 불린다고 한다. 1998년까지 6년 동안 23번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원고단은 10명까지 늘었고, 참여한 변호인도 13명이었다. 그리고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승소했다.

바로 여기까지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힘들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당당하게 재판에서 증언한 할머니들과 그들을 도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며 펼쳐진다.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과정 자체와 오랜 기간 일본을 오가며 원고 측이 극복해 낸 어려움들을 접하면서 짠한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문정숙의 변화와 성장에도 감정이입이 되어 러닝 타임 2시간이 금세 지난다.

이후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소송은 2003년 결국 원고측(위안부 피해자)들의 패소 확정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위안부 및 정신대 문제가 처음 공론화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힘들게 얻어냈던 승리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감동과 함께 여러 생각거리도 던져준다.

할머니들이 겪어야 했던 위안부 시절뿐만 아니라 그들이 살아남아 감내해야 했던 이후 세월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의 문제이기에 그 심각성을 더더욱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영화 곳곳에서 끊임없이 이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잊지 말자고 외친다. 배역 마다 영화 속 사이다 발언도 이어진다. 위안부 뉴스를 들으며 할머니들이 부끄러운지 모르고 나댄다는 택시 기사에게 문정숙은 “기사님 어머니이면 어쩔 겁니까?”라고 항의하고, 재판정에서 배정길 할머니는 “먼저 인간이 되라.”라고도 야단친다.

출연 배우들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가 위안부 문제에 대핸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리고 민규동 감독은 상징적인 큰 사건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개인적인 사건이고 삶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 ‘허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나보길 바란다. 현재 진행형의 문제인데다가 해결을 위해 여전히 극복한 것들이 많은 상황이기에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았으면 좋겠다.

혹시 망설여진다면 본 예고편 감상을 추천한다. 예고편의 분위기가 꽤 그대로 본 영화에 담겼다. 영화 포스터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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