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 내주면 한국당 문 닫아야"
‘보수의 심장’ 대구가 6·13 지방선거에서 흔들리고 있다. 대구광역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가 약진하면서다.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악전고투하는 가운데,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대구시장을 내주면 한국당은 문 닫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어 자칫 대구시장까지 내줄 경우 한국당 존폐 가능성 마저 거론된다.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 층의 행보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권영진·임대윤 ‘초박빙’…“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방송3사(KBS·MBC·S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실시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임대윤 후보가 26.4%, 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28.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바른미래당 김형기 후보는 4.1%였다. 두 후보는 적극투표층을 대상으로 할때도 임 후보 31.9%, 권 후보 33.9%로 오차범위 내였다. 그야말로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초박빙 구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6일 조사해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임 후보 32.8%, 권 후보 35.9%로 오차범위 내 격전이었다. 바른미래당 김형기 후보는 5.2%였다. 특히 이 조사에서 적극투표층을 대상으로 조사할 때는 임 후보 38.2%, 권 후보 39.6%로 오차범위 격차가 상당부분 줄어들었다.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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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권영진(왼쪽) 후보,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 |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으로 전개되면서 여야 긴장감은 치솟고 있다. 민주당은 ‘불모의 땅’인 대구에 ‘깃발’을 꼽기 위해 추미애 대표가 직접 나섰다. 추 대표는 9일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임 후보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주관한다. 추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이석현, 김태년, 윤호중 의원 등이 참석하고 주말 유세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당도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권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서고, 당원들도 동원하는 등 총력전에 들어간 형국이다. 대구지역 한국당 관계자는 “대구만큼은 제대로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대구 지면 짐싸야”…‘샤이보수’ 결집이 최대변수
대구시장 선거가 초박빙으로 흐르면서 과거 홍준표 대표의 발언도 새삼 주목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1월 22일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은 내어줘도 회복할 기회가 있지만 대구시장을 (민주당에) 내어주면 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대구 시장은 한국당으로서 질 수 없는 그런 자리”라고 말했다. 이 발언 후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 “한국당이 문 닫을 수 있도록 대구시장 선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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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앞에서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선거 벽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구시장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경우, 한국당은 회복이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는다는 것이 정치권 관측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한다는 것은, 한국당에서 광주시장 당선자를 내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이라며 “한국당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한국당이 대구시장을 뺏기면 그야말로 ‘카운터펀치’를 맞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결국 대구시장 선거가 지방선거 후 있을 정계개편의 주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보니 대구시장 선거에 관심이 더욱 쏠릴 수 밖에 없다.
승부의 최대변수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샤이보수’층 행보다.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자는 20.9%, 모르겠다고 한 응답자는 20.2%였다. 전체 응답자의 40% 가까이가 대답을 유보한 셈이다. KSOI 여론조사에서도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응답자가 12.9%, 모름·무응답 층이 13.1%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샤이보수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당을 지지한다고 나서기 꺼리는 분위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투표 할지가 결국 대구시장 선거는 물론, 이후 보수진영발 정계개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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