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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장애인 경제 자립만큼 더 좋은 복지는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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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8 20:43:55 수정 : 2018-06-10 11: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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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책’ 힘쓰는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일하며 얻는 유대감과 보람은/ 금전적 가치보다 더 큰 의미 줘/ 눈높이 맞춰 정책 개발 힘쓸 것/
첫 女장애인 원장 수식어 부담/ 작은 실수라도 할까봐 늘 조심”
“장애인도 충분히 세금을 낼 수 있는 국민입니다. 더 이상 수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지난 4월 취임한 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장은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증장애인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분을 벗어나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복지는 없을 것”이라며 “일을 하면서 맺는 비장애인과의 유대감, 생산과정에 참여하면서 얻는 보람 등은 장애인에게 일하면서 얻는 금전적 가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져다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조항 폐지 검토 등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질 임금이 향상되도록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에 대한 확신은 최 원장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최초 여성 장애인’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장으로 부임한 그는 과거 장애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아픈 과거를 안고 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를 갖게 된 최 원장은 건축사를 꿈꾸며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 장애로 인한 차별을 실감하지 못한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처음으로 차별을 겪었다.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만난 최경숙 원장이 “중증장애인 고용과 고용의 질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교수님이 졸업을 앞둔 4학년 40여명 중 저를 뺀 나머지를 불러 일대일로 취업 상담을 했어요. 저를 부르지 않은 교수님에게 ‘차별’이라고 항의하기보다는 장애 때문에 배제됐다는 충격이 너무 커서 아무런 저항을 못했어요.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처음 접하게 된 거죠.”

건축사를 꿈꾸던 최 원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한동안 방황을 했다. 건축사 시험을 포기하고 집에서만 칩거하던 최 원장은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한계로 규정하지 않고 이를 살려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2001년 전국 최초로 부산에 ‘장애인성폭력상담소’와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을 운영하며 여성 장애인 인권 보호와 권리 신장을 위한 운동에 앞장섰다.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소중한 사람이에요. 막 상담사 자격증을 딴 상태에서 장애인 피해자를 구조해 검경 수사와 재판, 자립까지 도우면서 장애인의 자립과 생활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현장에서 배우게 됐죠.” 지도교수의 편견에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용기가 최 원장을 최초의 여성 장애인 수장으로 만들었다.

그는 장애인의 시선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중증장애인 지원 사업을 수행할 것을 주문했다. 최 원장은 “밖에서 볼 때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정책 결과물이 다양한 장애 유형별로 구체화하지 않고 장애인의 절반인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장애인복지를 위한 조사·연구·평가와 정책개발을 담당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은 2008년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에서 명칭을 바꾸면서 정책 연구 분야를 전담하게 됐다. 

최 원장은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바꾸면 밖에서 바라본 부족한 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변화의 희망은 항상 우리 안에, 내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 원장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정규직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채용규모 안에서 최대한의 인원을 장애인으로 뽑을 것”이라며 “현재 3명에 불과한 여성 장애인의 채용을 늘려 장애인의 관점에서 정책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취임 후 자신을 따라 다니는 ‘첫 여성 장애인 원장’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영광이면서 동시에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첫 여성 장애인 원장’이라는 수식어를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차가워진다”며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인간’ 이전에 ‘여성’이라서 또는 ’장애인’이라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폄하당할 수도 있어서 더욱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만큼 공직사회가 여성과 장애인에게 한층 문호를 낮춘 것 아니겠느냐”며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드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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