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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최고의 발명품 등대 통해 본 해양문명사

입력 : 2018-06-09 03:00:00 수정 : 2018-06-08 2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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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지음/서해문집/2만원
등대의 세계사/주강현 지음/서해문집/2만원


등대는 항구도시가 만들어낸 가장 뛰어난 세공품이다. 단순하지만 그 기능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빛이었다. 등대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해양 문명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불빛으로 항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등대의 목적과 형태는 적어도 지난 2000년 넘게 변한 것이 없다. 버지니아 울프는 ‘등대로’(To the Lighthouse)에서 “등대로 가는 길은 심연의 공간으로 떠나는 길”이라고 묘사했다.

대항해시대와 제국주의 시대 등대 기술은 국가적 사업이었다. 1822년 파리 개선문에서 진행된 새로운 등대 기술인 프레넬렌즈 실험에는 당시 프랑스 왕 루이 18세가 직접 참관했다. 지금으로 치면 우주개발을 위한 우주선 발사와 맞먹는 행사다. 프랑스 물리학자 오귀스탱 프레넬이 발명한 회전 굴절형 프레넬렌즈는 등대의 광달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려 등대역사를 새로 썼다. 애초 프레넬렌즈 개발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 와인을 실어나르는 와인무역 루트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프레넬렌즈는 각국으로 팔려나갔다. 그중 일부는 일제강점기 조선에까지 들어왔다. 지금도 몇 개는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현재 포항 호미곶 등대박물관에도 몇 개가 전시돼 있다.

이 책은 바다를 헤쳐온 인류 문명사를 등대를 통해서 재조명한다. 저자인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세계 곳곳에 있는 등대들을 직접 조사했다. 고고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등대는 기원전 3세기 고대 이집트의 파로스 등대다. 파로스 등대는 40층 빌딩과 맞먹는 120~140m로 추정돼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린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에도 등장한다. 14세기까지 보존되다 지진으로 무너졌다.

로마 시대인 1세기 에스파냐 북서쪽 라코루냐에 만들어진 55m 높이의 헤라클레스 등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등대다. 로마 정복자 카이사르의 대서양 진출을 비롯해 1900년 동안 이어진 인류의 해양문명사를 웅변한다. 입체파 화가 피카소는 헤라클레스 등대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제노바는 신대륙 발견으로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힌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출생지다. 콜럼버스의 삼촌은 제노바 란테르나 등대의 등대지기였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동기가 결국 등대였던 셈이다. 초기 등대 조명은 장작불이었다. 이후 석탄, 초, 기름으로 연료가 바뀌었다. 제주도 토착 등탑인 도대불 등대 얘기도 나온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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