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의료 장비가 대신하는 진단과 처방 … 패싱당하는 환자들

입력 : 2018-06-09 03:00:00 수정 : 2018-06-08 20:41: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버나드 라운 지음/이희원 옮김/책과 함께/2만2000원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버나드 라운 지음/이희원 옮김/책과 함께/2만2000원


미국의 세계적인 심장내과 의사 버나드 라운 박사가 의료 현장에서 겪은 사례와 경험을 회고하며 쓴 ‘공감과 존엄의 의료’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반전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심장 제세동기를 발명하는 등 현대의학 발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의학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들이 본래의 신념을 망각한 데서 연유한다. 지난 3000년 동안 내려오며 의사와 환자들 사이를 신뢰로 묶어주던 전통이 지금은 새로운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 의학은 최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치유(healing)는 치료(treating)로 대체되고, 치료(caring) 대신 관리(managing)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의료현장의 환자가 겪는 고통과 불안은 대체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던 의사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의료 장비가 대신한다. 병원을 찾는 이들은 자신이 사무적인 처리 대상일 뿐이라는 느낌을 받기 일쑤다.

저자는 미국의 의료제도를 모델로 한 한국의 의료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우리나라 의사의 입장에선 이상적이고 한가한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그의 주장은 이렇다. 한국은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전문의 4분의 1은 두 가지 이상의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에만 집중하는 전문의는 환자의 복합적인 상태를 살피기보다는 거의 의료장비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환자와의 이해와 신뢰를 구축하는 장애가 된다. 의사들은 또 점점 최신의 약을 처방하는데 그 배후에는 제약회사가 있고, 의사들은 이들 회사와 결탁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약제비가 가장 높은 이유다. 기실 의사들이 진료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대부분의 건강문제는 살아가면서 겪는 환자들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사들이 개별 환자의 안녕을 생각하며 환자들의 얘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을 투자하면 건강문제를 비싼 진료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운 박사는 결론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진료는 핵심을 놓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환자의 생활습관, 인생관, 심리 상태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증상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료의 진정한 목적은 환자의 증상 뒤에 숨어 있는 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