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참모진은 정부 안팎의 이런 우려를 떨쳐버리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총괄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지난 몇 주 동안 한 주에 평균 8∼10시간가량 브리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브리핑에는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이 참석해 폼페이오 장관이 설명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5일 남겨 놓은 시점인 7일 “회담 준비를 끝냈다”고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내가 회담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으쓱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는 “사실 내가 많은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태도(attitude) 문제일 뿐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회담을 잘하겠다는 ‘태도’만 있으면 되지 다른 무슨 회담 준비가 필요하겠느냐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 핵 문제를 논의하면서 정책이 아니라 태도가 관건이라고 했다”면서 “이는 세부 사항을 참모진에 넘기면 되지 ‘빅 보스’ (big boss)가 그런 것까지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이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 소홀로 ‘외교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록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어리지만, 트럼프 대통령보다 철저히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판단이다. 김 위원장과 두 차례 만났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 위원장이 북한 핵 문제를 놓고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준비 상황에 대해 “검토해야 할 엄청나게 방대한 서면 자료들이 있으며 이것을 대충대충 읽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었다. 콘웨이 고문은 “짜임새 있고 광범위하며 깊이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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