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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다…송파을·노원병 '당좌(黨座)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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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7 08:04:00 수정 : 2018-06-07 16: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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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3 ‘지역의 미래’⑬-국회의원 재보선 서울] ‘1석 이상’ 의미…차기 당권 좌우할 진검승부의 장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후보, 홍준표 대표, 강연재 노원병 후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오는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송파을, 노원병의 분위기를 집약한 속담이다. 두 지역에 얽힌 복잡한 역학관계는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에 국회의원 1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후보들을 통한 각 당 대표가 대리전과 함께 차기 당권을 좌우하는 ‘당좌(黨座)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기 떄문이다.

◆서울 재보선에 서린 19대 대선 흔적

송파을과 노원병 선거는 ‘19대 대선 주자 대리전’이라 불린다. 각 후보의 정치 인생을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대표 등이 거쳐 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송파을 후보(가운데)가 지난 3월말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서울 송파을 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송파을, 김성환 노원병 후보는 ‘문재인 마케팅’에 한창이다. 최 후보는 문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사무총장과 총무본부장 등을 맡아 ‘문재인의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의 복심’이라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다녔다. 김 후보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냈고, 이후 민선 5·6기 노원구청장을 거쳐 노원병 국회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강연재 노원병 후보는 ‘홍준표 영입인사’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MBC 앵커 출신인 배 후보는 홍 대표의 ‘1호 영입인사’로, 지난 3월 초 MBC에 사표를 제출하며 자신을 “문재인 정권의 언론 탄압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강 후보는 2016년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전신) 부대변인 출신으로 ‘안철수의 입’으로 활동했으나 지난 1월 홍 대표의 법무특보에 임명된 데 이어 지난달 노원병 후보로 전략 공천됐다.

바른미래당 박종진 송파을, 이준석 노원병 후보는 유승민계 인사로 분류되지만 곳곳에서 안 후보의 손길을 찾아볼 수 있다. 안 후보는 당초 자신의 지역구였던 노원병에 측근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공천할 것을 주장했지만, 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자신과 맞붙은 이 후보를 공천했다. 이어 안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송파을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며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을 추천했지만, 유 대표는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박 후보 공천을 밀어붙였다.

◆최재성, 추미애에 1승? 득표율 과제 남아

송파을 재선거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는 앞서나갔다. 지난 4일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KEP)’가 발표한 재보선 여론조사에서 최 후보는 39.2%의 지지율을 얻었다. 자유한국당 배현진(18.4%), 바른미래당 박종진(6.3%) 후보에 비해 더블스코어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최재성 송파을 후보. 뉴스1
최 후보의 약진은 선거 이후 민주당 핵심 이슈로 떠오를 ‘8월 전당대회’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는 지난 3월 당내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의원들을 대동한 채 송파을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추미애 대표가 일찌감치 송파을 후보로 송기호 변호사를 영입했지만 최 후보는 출마를 강행했고, 당내 후보 경선에서 보란 듯이 친문의 위력을 재확인시켰다. 추 대표, 최 후보 모두 21대 총선 공천권을 거머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던 차에 최 후보가 먼저 1승을 챙긴 셈이다.

최 후보의 남은 과제는 높은 득표율이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 속한 송파을은 당초 보수 텃밭이었으나,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의 공천 파동으로 당시 김무성 당대표가 일명 ‘옥새런’을 감행해 후보를 내지 못했다. 이에 송파을은 민주당 최명길 의원이 당선되며 12년만에 민주당이 되찾아왔지만 최 의원의 국민의당(바른미래당 전신) 이적, 당선 무효형 확정 등이 연달아 발생하며 결국 이번 재보선 매물로 나오게 됐다. 최 후보의 득표율이 올라갈수록 보수 텃밭에서 승리했다는 상징성은 더욱 커지고, 차기 당권을 노릴 명분이 쌓이는 것이다.

◆한국당 조기 전대론…‘홍준표 키즈’ 운명은

한국당 안팎에서는 선거 초반부터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언급됐다. 홍 대표가 ‘광역단체장 6+α’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당 대표직을 사퇴하고 전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에 홍 대표의 향후 당내 입지에 영입인사 출신인 배 후보, 강 후보의 정치 운명이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가 ‘여권에 기운 운동장’ 성향이 두드러지면서 조기 전대론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당내 중진들은 홍 대표 체제에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거나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비판하는 등 사실상의 ‘몸풀기’에 들어갔다.

홍 대표도 이같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일찌감치 당 장악에 나섰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주요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전략공천을 하며 공천 과정을 속도전으로 마무리했다. 당내 ‘사당화’ 비판은 “내부 총질 말라”며 일축했다. 반홍계 의원들을 향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동시에 당권 재도전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 4일 서울 노원구 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강연재 자유한국당,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뉴스1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홍 대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일 홍 대표가 유세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 당내 가속하는 ‘홍준표 패싱’의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홍 대표는 유세 중단 이유로 “이번 선거를 나와 문 대통령이 아닌 지역 후보 대결 구도로 몰고 가기 위함”이라고 밝혔으나, 지역 후보들이 홍 대표의 거친 언행이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뜻이다.

이에 홍 대표가 다시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같은 배를 탄 ‘홍준표 키즈’도 행동반경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배 후보와 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력으로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이 생기겠지만, 지난 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각 지역구 1위 후보와의 격차가 배 후보(2위)는 20.8%포인트, 강 후보(5.7%·3위)는 40.9포인트로 나타나 당선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왼쪽)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하은빌딩에서 열린 김영환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vs안철수 ‘샅바 싸움’ 결론 낼까

송파을·노원병의 바른미래당 후보들에겐 유 대표와 안 후보가 벌인 치열한 공천 싸움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송파을은 공천 갈등이 폭발해 진수희 서울시당위원장이 사퇴하기까지 이르렀고, 이 후보는 선거일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네티즌이 ‘철수 맛 좀 봐라’고 한 뜻을 이제야 알겠다”라며 지지율이 부진한 배경에 안 후보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공천 갈등은 당의 양대산맥인 유 대표와 안 후보의 ‘샅바 싸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지난 2월 살림을 합친 이후에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했고, 지도부부터 지역위원장까지 ‘기계적 평등’을 유지하며 당을 운영하다 보니 결국 사달이 났다는 분석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거리유세에 앞서 박주선, 유승민 공동대표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 지역구 모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이 양갈래로 나뉘어 책임 공방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박 후보는 지지율 6.3%로 3위를, 이 후보는 11.5%로 2위를 기록해 역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선거 이후 당 내홍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공천 파동으로 두 세력이 ‘물과 기름’과 같은 상태를 더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다. 선거가 끝난 뒤 재보선을 포함한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유 대표와 안 후보가 당의 미래에 대해 담판을 짓지 않는 한, 야권발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4일 발표된 재보선 여론조사는 KBS·MBC·SBS가 방송협회가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KEP)’를 꾸려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 코리아리서치센터, 한국리서치 등에 의뢰해 1∼3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각 선거구 유권자 500∼506명, 응답률은 10.8∼26.4%이다. 

여론조사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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