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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이웃의 희생 기리며 “애국에 진보·보수 따로 없다”

입력 : 2018-06-06 19:12:58 수정 : 2018-06-06 22: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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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대전현충원서 추념식 / 국가비극 둘러싼 이념대결 확산 경계 / 이웃 11번·가족 7번·애국 7번 언급 / “서로를 아끼고 지킬 때 모두가 의인” / 국가유공자 개념 의사자 등으로 확장 / 현직 대통령으론 첫 무연고 묘소 참배 / 단원고 교사·천안함 용사 묘역도 찾아 / "대한민국은 끝까지 기억하고 돌볼 것"
문재인 대통령이 6일 대전현충원 현충탑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63주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애국과 보훈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비극을 둘러싼 이념 대결이 더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북, 북·미 대화로 한반도 냉전체제의 해소 기운이 싹트는 가운데 이 같은 이념갈등이 평화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계의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이 끝나고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고 숨진 단원고 교사·승무원들이 잠든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천안함 46용사 묘역, 제2연평해전 전사자·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묘역을 잇달아 찾아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박경수 상사의 묘비 앞에서는 ‘제2연평해전에서 부상당한 뒤 천안함에서 희생됐다’는 권율정 대전현충원장 설명을 들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지키고자 할 때 우리 모두는 의인이고 애국자”라며 ‘평범한 이웃의 애국’을 설파했다. 독립유공자나 전쟁희생자뿐 아니라 불의의 사고에서 이웃을 구하고 숨진 순직공무원과 의사자 등으로 국가유공자의 개념을 넓히는 데 공들인 것이다.
여야 대표들 나란히 앉았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운데)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오른쪽)가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대전=이제원 기자
이날 문 대통령의 추념사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가 ‘이웃’(11차례)과 ‘가족’(7차례)이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22차례 등장한 ‘애국’은 올해 7번으로 줄었고, 대신 ‘평범’이라는 말이 4차례 사용됐다. 문 대통령은 “일제 치하 앞장서 독립만세를 외친 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간 것도,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며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에 나선 것도 모두 평범한 우리의 이웃, 보통의 국민이었다”고 말했다.

또 2006년 9살 아이를 구한 뒤 바다에서 숨을 거둔 채종민 정비사, 2009년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돕다가 뒤따르던 차량에 목숨을 잃은 황지영·금나래씨 등을 상기시키며 “우리 안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용기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주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의로운 삶이 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하루가 비범한 용기의 원천이 되었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역설했다.

올해 추념식이 1999년 이후 19년 만에 대전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전현충원은 순직 소방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헌신한 분들이 안치된 곳이다. 또 최근 순직한 분들 대다수가 이곳에 안장돼 있어 국가가 마지막 한 사람의 희생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 손자녀 생활지원, 보훈예산 사상 최초 5조원 돌파, 소방교육생 순직 인정을 위한 법령 개정 등 사례를 열거하며 “국민을 위한 모든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6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여야 대표들이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추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6·25 때 숨진 김기억 중사의 묘소를 참배했다. 가족 이름이 적힌 다른 묘비와 달리 ‘1953년 5월3일 양구에서 전사’라는 문구만 적힌 무연고묘지였다. 현직 대통령이 무연고 묘를 참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그는 스물 둘의 청춘을 나라에 바쳤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고 없는 무덤이 되고 말았다”며 “대한민국은 결코 그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겠다.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7일 하루 연차 휴가를 쓸 계획이라고 청와대가 이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한·중·일 정상회의, 한·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 대응하느라 그동안 쉴 시간 없이 숨가쁘게 달려와서 하루 연가를 내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휴가 장소는 지방이지만 비공개”라며 “양산 자택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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