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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싱가포르는 공존의 ‘작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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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7 00:05:00 수정 : 2018-06-07 0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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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감 극복하고 평화로 가는 ‘북·미 회담’ 돼야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 개최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두 정상의 싱가포르 대좌 이후에도 우리의 기대감과 가슴 졸임은 이어질 것이다.

돌이켜보면 분위기 반전이 시작된 지난 1월 이후의 모습이 이랬다. 그간 한반도 정세는 희망에 부풀어 항구를 찾아가는 선박의 모습과 같았다. 선박에는 남북한과 미국이 함께 탑승해 있는 셈이었다. 이들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목표에 각기 우선순위를 달리했다. 간혹 폭풍우도 몰아쳤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한 이래 남북한과 미국의 접촉, 한·미 정상의 만남을 애면글면 지켜보았던 조윤제 주미대사는 한국 특파원들과 만남에서 “언차터드 워터(해상지도에 없는 바다)를 건너는 항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자와 조타수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다. 좌초 기미가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조언하며 궤도 이탈을 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을 방관하거나 애써 무시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적절한 윽박 지르기와 달래기로 성과를 내고 있다. 전통적인 외교 방식에서 벗어난 ‘트럼프 방식’이 작동한 것이다. 그 덕분인지 북한에 대해 ‘믿을 수 없다’거나 ‘여전히 비관적’이라는 표현을 앞세웠던 이들마저 이제는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이라고 곧잘 평가한다.

부친이나 조부보다 더 치열한 내부 투쟁을 거쳐 권좌에 오른 김 위원장의 현재 상황도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이다. 그는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체제 공고화를 위해 고모부와 이복형을 내쳤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내부 투쟁에 몰입했을 당시에는 김 위원장은 대화 테이블에 나설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2018년에 남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이들 3명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항해에서도 북·미 정상은 ‘벼랑 끝 전술’과 ‘지그재그 코스’ 접근법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듯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웃는 모습으로 만날 생각은 하는 듯하다.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독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한 차례 만남으로 북핵을 일괄타결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참모진의 발언과 달리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밀도 있는 합의문을 만들어낼지는 짐작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방침을 강조할 것이고, 김 위원장은 북·미 관계 개선의 상징적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주 전부터 ‘프로세스’(과정)를 강조하면서 북핵의 점진적 해결에 여지를 두고, 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는 최장 비행에 나서는 데에 기대를 걸어 본다.

항구도시 싱가포르는 중국계와 말레이계, 인도계로 이뤄진 다민족 복합사회이다. 이질감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며 공존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작은 세계’이다. 개최지 싱가포르의 교훈인 ‘공존의 법칙’은 북·미 정상회담의 또 다른 원칙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이번 항해를 자양분 삼아 더 의미 있는 항해에 나설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어 본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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