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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청한 구속영장 잇따라 '퇴짜'…여론 의식 '과잉수사' 논란

입력 : 2018-06-05 19:42:43 수정 : 2018-06-05 19: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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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불구속 수사 원칙 삼아야”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퇴짜를 맞고 있다. 경찰이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수사를 서두르다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은 특수폭행·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명희(69)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전 이사장은 곧 석방됐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되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범죄가 중대한 경우 등을 구속 사유로 하고 있다. 당초 경찰은 이 전 이사장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시도한 점을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 전 이사장의 특수폭행 혐의에 관한 영상과 진술도 다수 확보해 구속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이사장이 합의를 시도한 시점을 감안하면 증거인멸 시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경찰이 피해자 진술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객관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검찰 선에서 기각된 사례도 잇따랐다. 경찰은 지난달 4일 ‘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빚은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했다. 검찰은 “법리상 다툼의 소지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 호텔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동원(28), 조상우(24)씨에 대해서도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퇴짜를 맞았다. 검찰은 “구속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통계상으로도 경찰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경찰은 2013년 3만1439건의 구속영장을 신청해 16.1%의 기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3만5782건의 구속영장 중 17.8%가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여론에 떠밀려 하는 ‘과잉수사’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수사지휘를 받는 경찰의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과잉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수사에 구속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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