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라도 지켜주려 한다.”(자유한국당 지지자)
5일 대구 남서쪽 끝, 5일장으로 활기를 띤 달성 현풍시장엔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와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오전·오후로 방문하며 종일 열기가 가득했다. 장날 마실을 나온 서인호(가명·59·남)씨는 “내도 보수다. 근데 한국당 하는 꼬라지를 보소. 이번에는 아이다”며 “내 생전 처음으로 민주당 시장을 뽑는다면 그건 한국당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가 5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일대에서 열린 ‘2018 이심점심 지원 및 일손돕기' 행사장을 찾아 자원봉사자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대구 무조건 보수 아니다”…“부모님 몰래 민주당 찍어요”
중·장년층에서도 민주당 후보 지지자를 만날 수 있었지만,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움직임은 젊은 층에서 뚜렷하다. 직장인 안영빈(32·남)씨는 “사실 후보가 누군지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무조건 여당 후보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안씨는 “대구는 젊은 사람들 취업 자리도 잘 없고, 공시생이 전국에서 제일 많은 지역”이라며 “권 시장 재임 중 청년세대를 위해 대구시장이 역할을 했다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박용희(40·남·가명)씨는 “대구가 무조건 보수라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탄핵 이후 변화를 많이 느낀다”며 “친구들끼리 모이면 대구·경북 어르신들이 나라 다 망쳤다는 얘기를 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대구 토박이’인 대학생 남경재(25·여)씨도 “부모님 말씀 따라 무비판적으로 한국당 지지하는 친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래들은 부모님 ‘몰래’라도 민주당 찍는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민주당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판세와 관련해 “구청장 선거에서도 세 곳에서 승리를 점치는 등 대구의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더 바짝 따라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5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 일대에서 열린 ‘2018 이심점심 지원 및 일손돕기' 행사장을 찾아 자원봉사자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시민들에게 이번 선거는 인물 대 인물보다는 민주당 후보 대 전직 시장인 권 후보 개인의 경쟁으로 각인돼 있다. 보수 침체로 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한국당을 앞섰지만, 인지도는 임 후보가 전직 시장이었던 권 후보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금동우(72·남)씨는 “한국당이 예전 같지 않아 민주당 후보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김부겸씨가 나왔으면 모르겠는데 임대윤씨는 권 시장에 비해 약해서 표를 주기가 좀 그렇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장년층에서 한국당의 아성은 여전하다. 평생 대구에서 살아온 전직 교사 박미애(71·여)씨는 “자식들, 동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구시민들 마음이 오락가락한다”면서도 “전국이 모두 여당에 넘어가게 된 마당에 대구라도 균형을 잡아 문재인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정부가 경제보다 북한문제, 적폐청산에만 마음을 쏟고 있다”고 우려했다. 수성구 주민 이영숙(62·여)씨도 “국회의원 한 번 민주당 뽑아봤는데, 다른 게 없더라”며 “이번에는 2번 모두 뽑아서 (기울어진 여론 지형에서) 우리라도 보수를 지켜주려 한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상인 임중태(가명·49·남)씨는 “(한국당) 공천받았으면 선거 끝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보수층을 등에 업은 한국당 권 후보 측은 선거 전망에 대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은 표가 많다”며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해 두 자릿수 차로 최종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에는 바른미래당 김형기 후보도 뛰고 있다. 하지만 5%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택시기사 지병원(51·남)씨는 “배신자 프레임 때문에 ‘유승민당’ 후보들이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대구=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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