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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는 동양 사서의 교본 같은 책이다. 역사의 시시비비를 따지는 공자의 춘추필법을 이었다. 사마천은 누구를 으뜸으로 꼽았을까.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이다. 왜? 경제를 일으켜 백성을 편히 하고, 강국을 만든 최고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열국의 다툼이 벌어진 춘추시대. 제 환공은 춘추오패로 우뚝 섰다. 뒤에는 관중이 있었다.

관중은 ‘영입한’ 인재다. 제 환공의 오른팔이던 포숙의 천거로 재상에 올랐다. 가난했던 관중.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기 때문일까, 경제지상주의를 외쳤다. “곳간이 차야 예의를 알고, 입고 먹을 것이 풍족해야 염치를 안다.” 동쪽의 외진 나라 제는 바뀌었다.

우리 역사에도 똑같은 인물이 있다. 고구려 을파소(乙巴素). 9대 고국천왕 남무(南武) 때다. 고구려 5부 중 하나인 연나부의 좌가려 반란으로 홍역을 치른 뒤 두루 인재를 구했다. 4부에서 천거한 안류. 순노부 출신이다. 안류는 사양했다. 대신 서압록곡 좌물촌에 묻혀 사는 선비 을파소를 천거한다.

고국천왕 왈 “국상 을파소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는 족을 멸하리라.” 절대 신임을 받은 을파소. 고구려는 달라졌다. 전쟁에 지친 나라는 ‘백성이 배부른 나라’로 변했다. 흉년에 곡식을 푸는 구휼제도는 을파소의 진대법에서 비롯된다. 얼마나 잘살았을까. ‘삼국사기’ 고국천왕 19년, 197년의 기록. “중국에 대란이 벌어지자 피해 오는 한인(漢人)이 수없이 많았다.” 이즈음 중국에서는 황건적의 난이 일어났다. 위·촉·오 삼국 쟁패가 시작되기 직전이다.

영입 인재는 나라를 바꾸었다. 나라만 바꿀까.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구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구루는 스승이라는 뜻이다. 영입한 인물은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승현준)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 대니얼 리(이동렬) 교수다. 스카우트 비용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왜 영입했을까. AI 진검승부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젠 이길 수 있을까. 그것을 누가 알랴. 확실한 답 하나는 있다.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것. 왜? 기술전쟁에도, 미래를 여는 데도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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