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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하나의 중국' 훼방 용납 못해"… 中, 美·대만에 경고장

입력 : 2018-06-05 10:00:00 수정 : 2018-06-04 20: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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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협 미끼로 각국 대만 단교 강요 / 4월만 5차례 침공훈련… 군사 압박도 / 美, 패권 경쟁서 대중국 압박카드 활용 / 中 대만 무력 시위때마다 ‘맞불 훈련’ / 전문가 “향후 10년간 양안 고비” 전망
#1 괌 앤더슨 미군 공군기지에서 B-52H 스트래토 포트리스 폭격기 편대가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출격했다. B-52H 편대는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스해협을 거쳐 중국 광둥(廣東) 해안에서 불과 250㎞ 떨어진 지점에서 회항했다. 대만 연합보는 미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B-52H 편대 비행은 대만에 대한 중국군의 무력시위를 견제하고,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라고 보도했다.

#2 “‘하나의 중국’원칙을 견지하고, 어떠한 국가분열 행위도 이겨낼 수 있다. 중국 인민은 어떠한 국가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월 20일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연설에서 미국과 서방 세계를 겨냥해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핵심 이익 수호’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지난해 7월 31일 “중국군이 건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대만 총통부를 본떠 세운 건물이 포착됐다며 중국군의 대만 침공 훈련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을 앞두고 중국이 양안 통일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10년 양안관계가 큰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통일전략은 포용책을 통한 흡수통일 전략에 무게가 쏠려 있지만, 무력침공 방안도 함께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연합보,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제네바 안전정책 싱크탱크(GCSP)의 제임스 파넬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2020∼30년은 ‘걱정되는 10년’으로, 중국이 대만에 군사 행동을 감행할 수 있는 기간”이라며 “중국은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통일 대업을 완성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투복을 입고 사열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양안 통일전략 가다듬는 중국, 대만 겨냥 군사·외교 올코트 프레싱

대만을 향한 중국의 전방위 압박이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무력 시위를 강화하는 동시에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대만 포용책도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특히 대규모 경제협력을 고리로 대만과의 단교를 강요하는 외교 고사 전략으로 국제사회의 대만 고립화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한 2016년 이후 대만을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 고립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16년 12월 서아프리카의 상투메 프린시페를 시작으로 중남미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등 최근 2년 사이 4개국이 대만과 단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만 수교국은 18개국으로 줄었다. 아프리카의 마지막 남은 수교국인 스와질랜드도 결국 대만과 단교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만은 파라과이·엘살바도르·니카라과 등 11개국에 대해 무비자 체류를 허용하는 등 남은 수교국 마음 잡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지만 중국의 고사 전략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의 무력시위도 대만을 옥죄는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군은 지난달 11일 전략폭격기와 전투기를 동원해 타이완 섬을 포위하는 공중 순찰훈련을 실시했다. 대만 침공을 상정한, 사실상 대만 포위 공격을 의미하는 훈련이었다. 중국은 올해 4월에만 다섯 차례 무력시위를 벌였다. 4월 20일 랴오닝(遼寧) 항모전단이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스해협 인근에서 해상 훈련을 실시했고, 4월 초엔 남중국해에서 해군 1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열병식도 개최했다. 특히 4월 18일엔 대만해협 인근에서 실탄사격 훈련도 실시했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군 군사훈련은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처음이다. 대만 언론은 친대만 행보를 강화하는 미국과 함께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 정권에 대한 무력시위로 해석했다.

중국은 대만인들을 본토에서 우대해주는 포용책도 함께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포용책의 일환으로 ‘대만혜택(惠台) 31개 조치’를 제시했다. ‘양안경제문화교류 촉진대책’이라 불리는 이 조치는 중국 내 대만인들에게 창업과 기업경영 등에서 자국민에 준하는 대우를 제공한다. 

◆미·대만 밀착 행보에 발끈하는 중… 미 겨냥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 경고

중국이 올 들어 부쩍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미국의 친대만 행보와 관련이 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16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만 고위 당국자의 상호 방문을 보다 자유롭게 하는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에 최종 서명했다. 다음 날인 17일 차이 총통 최측근인 천쥐(陳菊) 가오슝(高雄) 시장이 미국을 방문하고, 20일엔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대만을 찾았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에도 서명했다. 미국 군함이 대만을 방문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했다. 중국을 의식해 대만과의 직접 교류는 피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2050년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현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천명하고 ‘팍스 아메리카’(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패권국으로 부상하자, 대만을 대중국 압박카드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분인 미완성된 통일 대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양보나 타협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핵심이익이다. 중국은 미국의 최근 행보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양안 통일 전략을 방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만 주변 군사훈련을 강화한 것은 대만 통일에 대한 중국의 단호한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킨 직후 랴오닝함 전단을 대만해협으로 급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양안 무력통일 가능하나?… 대만, 장거리 순항미사일 배치 등 군비증강 박차

대만 자유시보는 4월 24일 미국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인용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반드시 개입할 것”이라는 미 전문가 전망을 소개했다. 미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소속 이안 이스턴 연구원은 2020년 중국군의 대만 침략 가설과 함께 북부 타오위안(桃園)이 주요 상륙지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2020년까지 대만에 대한 전면 무력침공 준비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입법원(의회)에 제출했다. 중국 지도부가 2020년까지 대만을 무력침공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작전계획을 수립할 것을 군부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양안 관계 해결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 명분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의 꿈’ 실현을 약속하며 국가주석직 임기제한을 철폐하고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인 리이후(李義虎) 베이징대 대만연구원장의 인터뷰를 인용해 “대만 문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시 주석의 핵심의제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개입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결과에 대한 예측은 엇갈린다. 미국 개입으로 중국이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부 군사전문가는 미국 잠수함이 대만을 공격하는 중국군 40%를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미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분석도 있다. CSIS는 최근 ‘강대국 간 경쟁의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선제공격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신속한 대만 점령 후 중국군이 주변을 철저히 봉쇄해 다른 국가의 군사적 개입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미국도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만은 장래 중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군사 교류를 확대하고, 방공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나서는 등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2000km 이상인 고공 순항미사일 ‘개량형 윈펑(雲峰)’을 실전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 군사전문가 쑹자오원(宋兆文)은 “대만군이 개량형 윈펑 미사일 500여기를 보유하면 중국의 중요 정치·군사 목표와 지휘자동화시스템(C-4-ISR)을 무력화할 수 있어 중국군의 대만 침공 기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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