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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근로시간 단축 코앞…저녁은 있는데 돈이 없네?"

입력 : 2018-06-05 17:00:00 수정 : 2018-06-05 1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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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근로시간 단축 자체는 찬성한다. 직원이 모자라면 더 뽑으면 된다"면서도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직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구직자들이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언제까지 기업이 특정사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냐"며 "회사가 불황이고 위기일 때도 있는데, 사람 한번 뽑으면 법적으로 직원 해고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반문했다.

C씨는 "어느 정도 규모있는 중소기업은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공장설비를 이미 자동화했다"며 "이조차 할 여력이 안 되는 영세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독"이라고 전했다.

D씨는 "면접 절차 아무리 강조해도 채용 과정에서 실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막상 뽑아놓고 보니 기업과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않다"며 "기업 입장에서 노동법이 개정돼 해고의 자유가 생기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을 손쉽게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씨는 "청년구직자들이 오고 싶을 정도의 연봉과 복지가 아니면 중소기업은 사람 뽑기가 쉽지 않다"며 "대우가 좋지 않으니 고급인력들이 지원을 꺼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F씨는 "근로시간 줄어들면 임금은 적어지겠으나 그만큼 자기 계발할 시간은 늘어난다"며 "상당수 중소기업 사무직은 야근수당도 없이 밤 늦게까지 일 시킨다"고 토로했다.

G씨는 "지금보다 임금이 더 올라야 한다. 물가가 이렇게 치솟았는데 서민노동자들만 봉이냐"며 "대한민국 노동자 임금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물가는 꾸준히 올랐는데 이 돈이 누구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것 같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계에서 근로시간 단축 이후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25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중소기업 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부족한 직종은 기술·기능직이 61.3%로 가장 많았다. 규모가 클수록, 제조·광업보다 도소매·서비스업이 인력이 더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현재 대비 20.3%의 생산 차질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근로자 임금은 현재 월평균 247만1000원에서 단축 후 평균 220만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예상되는 애로사항으로는 '가동률 저하로 생산차질 및 납기준수 곤란'이 31.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구인난으로 인한 인력 부족(19.0%) △신규인력 채용으로 총 인건비 상승(15.8%) △기존 직원들 임금 보전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11.2%) △노사관계 악화 우려(5.4%)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신규인력 충원을 고려한다(25.3%)'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생산량 축소 감수(별다른 대책 없음)'라는 응답은 20.9%로 조사됐다.

이어 ‘공정자동화 등 생산설비 투자’(16.9%), '기존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 도모'(13.8%), '용역·아웃소싱 등 사업 외주화'(10.2%), '기업분할을 통한 적용시기 추가 유예'(8.4%) 순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시 가장 필요한 정부지원책(복수응답)은 '신규채용 또는 기존근로자 임금감소분 인건비 지원'(57.2%), '인력부족이 심각한 업종에 대한 특별공급대책 마련'(35.4%), '설비투자 확대 자금 지원'(25.6%),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20.4%) 순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은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고, 신규 충원도 원하는 만큼 하기 어려워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한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면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을 약간이나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 "근로시간 단축, 월평균 임금 27만원 줄어들 듯"

노동시간 단축 시행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들은 당장 내달 1일부터 주당 52시간의 근로를 시행해야 한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업종별 근로시간 단축 차등적용 등 대안을 건의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CT업계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들은 어김없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기간 확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24시간 IT시스템 운영, 장애처리, 비상근무 등 정보통신기술 업계 특성을 고려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지금보다 늘려 6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업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요구는 고용부와 업계의 간담회 때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앞서 지난달 2일 열린 김영주 장관과 300인 이상 대기업 관계자들의 간담회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의가 쏟아졌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대신 일이 없는 시기에는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 단위로 적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여러 국가가 1년 이내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계에서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 없이 일방적으로 현 제도에 맞추기를 요구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는데 탄력적 근로시간제 같은 대안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文 "임금감소·경영부담 있지만 우리사회가 감당할 수 있어"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금 감소와 경영 부담 우려는 있지만 단계적 적용으로 우리 사회가 감당 가능하다고 기대하면서 범정부 지원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연평균 노동시간보다 300시간 이상 더 많이 일 해온 우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벗어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저녁 있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껏 경험해 보지 않은 변화의 과정에서 임금감소나 경영부담 등 우려가 있지만, 300인 이상 기업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단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지난달 17일 신규채용 및 임금 보전지원, 업종별 대책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도 "산업현장에서는 정부가 예상하지 않은 애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노선버스 등 근로시간 특례에서 제외되는 업종은 단시간에 추가 인력의 충원이 어려워 보완적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잘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대책을 유연하게 수정 보완해주기 바란다"며 "국민과 기업, 노동자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과 또 단계적인 시행, 지원대책 등을 소상하게 알리고 노사정이 함께 협력해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함께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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