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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담판 아닌 '상견례 +α' 회담… 기대치 낮추는 트럼프

입력 : 2018-06-03 18:46:23 수정 : 2018-06-03 1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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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6·12 회담 / 트럼프 “긴여정의 절차”… 현실론 선회 / 北·美 ‘빅딜’에 종전선언 카드도 활용…“최대 압박 표현도 더 이상 사용 안해” / ‘北 비핵화’ 장기간·단계적 접근법 시사 / 트럼프 모델 아닌 기존 北 모델 재활용 / NYT “과거 美 정부 실수 반복” 지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시도할 ‘빅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으로 ‘빅뱅식 접근’, ‘원샷 방식’, ‘트럼프 모델’, ‘속전속결’, ‘비핵화 2년 내 조기 완료’ 등을 제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1일(현지시간) 6·12 정상회담이 ‘상견례’를 위한 회담에 그칠 것이고, 긴 여정의 ‘절차’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한 번에 북핵 문제가 끝날 수 없다고 말해 북한 핵 문제를 단계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해결하겠다는 현실론을 개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선회는 빌 클린턴 정부의 북·미 제네바 기본 합의 등 역대 미국 정부가 추진해왔던 해법을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도 결국 새로운 ‘트럼프 모델’이 아니라 기존의 ‘북한 모델’을 재활용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접근은 북한이 1990년대 초 이후 줄곧 미국에 요구해 관철해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북한이 그동안 북·미 접촉 과정에서 결코 CVID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회담의 성격을 ‘상견례+(플러스)’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이번에 서로 낯을 익히면서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놓고 빅딜을 시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벼랑 끝 회담이 상견례 회담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비핵화에 관해 중대한 양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데도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했기에 북한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왼쪽)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면담을 마친 뒤 집무동 밖에서 김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은 북핵 협상의 장기화를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이 ‘톱다운’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회담을 하지만 ‘협상의 달인’을 자처해온 자신도 복잡한 북핵 문제를 일거에 풀 수는 없다는 점을 미리 인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과도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가 실패로 끝나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피하려고 일부러 기대치 낮추기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수를 반복하려 한다”면서 “북한은 얄팍한 합의를 하고, 느리게 합의를 이행하면서 제재를 완화하도록 유도하고, 그 사이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핵 개발을 진전시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주한미군 변화, 제재 완화, 종전선언 및 협정 체결, 대북 경제 지원 등을 빅딜에 포함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특히 ‘종전선언 카드’의 경우, 북한에는 체제보장의 첫 단계로 비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의회 승인이 필요 없어 부담 없이 꺼내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주한 미군 병력 수준 문제를 제기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거의 모든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고 답변했다. WSJ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주한 미군의 잠재적인 감축 문제를 대북 제재 문제와 함께 논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을 더는 사용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망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박스에 갇혔다”면서 “트럼프가 일이 풀리지 않아 제재 체제로 돌아가려고 해도, 한국이나 중국이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제재 완화를 넘어 미국이 빠진 채 한·중·일이 대북 경제 지원에 나서고, 남·북·미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의 길을 열어 놓았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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